남편의 성범죄 전력을 뒤늦게 알게 된 탈북 여성이 혼인 취소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남편이 혼인 생활 내내 차고 있던 전자발찌가 결정적인 이유였다.
10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전주지법은 탈북 여성 A씨가 남편을 상대로 제기한 혼인 취소 소송에서 “사기로 인한 혼인”이라며 혼인 취소와 함께 남편이 A씨에게 위자료 8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북한을 탈출해 2016년 한국에 입국한 A씨는 인터넷 중매사이트를 통해 남편 B씨를 만나 3개월가량 교제하고 지난 3월 결혼했다. 하지만 A씨는 신혼 초기 남편에게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B씨는 씻을 때도, 잠을 잘 때도 발찌를 차고 생활한 것이다. 이를 수상히 여긴 A씨는 B씨를 추궁했고, B씨는 과거 건달 생활 시절 아는 후배들을 위해 나섰다 대신 처벌받은 전력 때문이라고 둘러댔다.
의심이 해소되지 않은 A씨는 정기적으로 방문해 안부를 묻는 한 국가기관 요원에게 남편의 발찌 얘기를 꺼냈다. 요원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난 A씨는 그제야 발찌의 의미를 알게 됐다.
A씨가 여성가족부 성범죄자 알림e 서비스에 조회한 결과 남편은 10여년 전 특수강제추행, 특수강도강간 등으로 징역 8년을 선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뿐만 아니라 남편은 A씨의 휴대폰을 이용해 몰래 2000만원의 카드 대출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이 들통나자 남편은 집을 나갔다.
A씨는 이에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혼인 취소와 함께 위자료 15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씨가 남편의 성범죄 경력을 알았더라면 혼인을 결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민법상 혼인 취소 사유인 ‘사기로 인한 혼인’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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