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미국 방문과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 면담 등에 반발해 본격적인 보복 조치에 나섰다. 대만 주미대사를 제재한 데 이어 차이 총통의 방미 기간 그를 맞이한 미국 관계자들에게도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중국이 차이잉원·매카시 회동 이후 처음으로 공식 발표한 ‘보복 조치 세트’다.
중국 공산당 중앙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7일 대만의 주미대사 격인 샤오메이친 주미 대만 대표를 ‘완고한 대만 독립 분자’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샤오 대표와 그 가족의 중국 본토, 홍콩 및 마카오 특별행정구 입국을 엄격히 금지하는 등의 ‘추가 제재’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또 샤오 대표의 자금원, 샤오 대표와 관련된 기업이 중국 조직, 개인과 협력하는 것도 금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 필요한 모든 징계 조치를 통해 법에 따라 평생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샤오 대표는 이미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 중국의 제재 대상자 명단에 오른 바 있다. 이때 부과된 제재와 이날 발표된 제재는 거의 내용이 유사하다. 사실상 이번 조치는 상징적 성격이 강한 셈이다.
대변인은 구체적인 제재 사유로는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대립과 대항을 부추겨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제멋대로 파괴하면서 그의 완고한 독립 도모의 본성을 한층 더 드러냈다”고 밝혔다. 이는 차이 총통의 경유 형식 방미와 매카시 의장과의 5일 캘리포니아 회동을 주선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그러면서 “어떤 인물, 어떤 세력도 국가의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수호할 우리의 굳은 결의와 견고한 의지, 강대한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무원 대만판공실 주펑롄 대변인은 같은 날 대만 ‘비전재단’과 태국에 본부를 둔 ‘아시아자유민주연맹’에 제재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대만 집권 민진당과의 협력 관계가 이유다. 제재 내용은 관계자의 중국 대륙과 홍콩·마카오 진입 금지, 중국 내 관련 조직·개인과의 협력 금지 등이다.
비전재단은 대만의 안보, 경제 등을 주제로 한 대화와 협력에 관여해온 대만 소재 싱크탱크다. 아시아자유민주연맹은 아시아 지역 내 자유민주주의 정당 간 교류를 촉진하는 단체로 민진당이 가입돼 있다.
중국의 제재 조치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는 같은 날 ‘반외국제재법’을 근거로 차이 총통 방미 기간 그를 맞이한 미국 허드슨연구소와 레이건도서관, 그 관계자 4명에게도 제제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두 기관과의 중국 내 대학, 기관, 기타 조직·개인과의 거래, 교류, 협력을 엄격히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허드슨연구소의 사라 메이스턴 이사회 회장과 존 P. 월터스 소장, 레이건도서관을 운영하는 레이건 재단의 조앤 드레이크 최고행정책임자와 과거 재단의 실무 총책임자를 맡았던 존 허버쉬 4명은 중국에 입국할 수 없다. 이들이 중국 내 가지고 있는 재산이 있다면 즉시 동결된다. 중국 내 조직·개인과의 거래·협력 활동도 불가능하다.
허드슨연구소는 차이 총통이 지난달 말 중앙아메리카 순방 길에 경유한 뉴욕에서 차이 총통에게 글로벌리더상을 수여하고 연설 기회를 제공했다. 레이건도서관은 5일(미국 현지시간) 차이 총통과 매카시 하원의장의 회동 장소였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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