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강원도 강릉에서 발생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급발진 의심 사고로 초등학생 아들을 잃은 아버지가 “자동차 제조사가 결함이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고 호소하며 국회 국민동의 청원을 올렸다.
이모씨는 23일 국회에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자동차 제조사가 급발진 결함이 없음을 입증하도록 책임을 전환해달라는 내용의 법 개정을 청원했다.
이씨는 “자율주행 시스템이 적용되며 전동화되는 자동차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급발진 의심 사고 시 소프트웨어 결함은 발생한 후 흔적을 남기지 않으므로 그 입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그런데도 현행 제조물책임법은 차량의 결함이 있음을 비전문가인 운전자나 유가족이 입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제조물책임법 조항은 불합리하고 불공정하다”며 “최소한 급발진 의심 사고 시에는 자동차 제조사가 급발진 결함이 없음을 입증하도록 책임을 전환하는 법 개정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청원에는 현재 1000명 넘는 사람이 동의했다.
이씨의 아들 A군(사망 당시 12세)은 지난해 12월 6일 강릉시 홍제동의 한 도로에서 발생한 SUV 급발진 의심 사고로 사망했다. 당시 A군의 할머니이자 이씨의 어머니인 B씨(69)가 몰던 SUV 차량은 굉음과 연기를 내며 신호 대기 중이던 앞차를 들이받고 600m를 더 달리다 왕복 4차로 도로를 넘어간 뒤 지하통로에 추락했다.
B씨도 큰 부상을 당해 치료 중이며 현재 형사입건된 상태다. 이씨 가족은 지난 1월 제조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씨는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모든 운전자 및 급발진 사고로 아픔을 겪는 국민 여러분을 대표해 국회에 호소하는 것”이라며 “급발진 사고가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제조사의 기술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간절하고 애타는 마음으로 국민동의 청원에 동참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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