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검찰의 소환 조사에 불출석하기로 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 검찰 조사에 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혼선도 빚어졌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6일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28일 당 최고위원회 일정이 광주에서 예정돼 있기 때문에 (이 대표가) 출석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향후 검찰이 또 출석 관련 협의를 요청해 오면 그때 가서 (출석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찰이 28일 일정과 관련해 팩스로 일방 통보하는 등 상당히 무례한 행동을 보였기 때문에 이번 소환에는 응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당내 절대 다수”라며 “이번 조사에는 불응하기로 정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는 검찰 조사에 출석해 자신의 결백을 드러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상태라고 한다. 한 친명(친이재명)계 인사는 “이 대표는 검찰 조사에 나가 다 밝히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당 차원에서 강하게 만류하고 있다”고 전했다.
검찰 소환 문제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여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연말 특별사면 대상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포함된 것에 대해 “불공정한 권력 남용은 국민 주권과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죄악”이라며 사면 철회를 요구했다. 이어 “윤석열정부의 비판 언론 찍어내기가 점입가경, 목불인견”이라며 “국민의 심판을 자초하는 어리석은 언론 자유 파괴를 즉각 중단하기 바란다. 권력은 짧다”고 경고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이 대표를 향해 검찰 조사에 당당하게 응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용진 의원은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본인이 무죄를 주장하고 검찰의 정치공작을 비판하는 만큼 공세에 뒷걸음질 치지 말라”며 “‘생즉사 사즉생’의 각오로 당당하게 대응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전날 이 대표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인 검사 16명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한 것을 두고도 당내 의견이 엇갈렸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인 박범계 의원은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치 탄압을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수사 검사들이 누군가에 대해 (국민이) 알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5선의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수사 검사들의 사진과 실명을 배포한 것은 반헌법적이고 반법치주의적 행위”라며 “민주당 일부 기구의 행위라 할지라도 매우 몰상식적이고 지극히 위험스럽고 이성을 잃은 행태”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이 대표 수사 검사들 명단을 공개한 것을 두고 “이재명 방탄 돌격 명령”이라며 파상 공세를 퍼부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개딸(개혁의 딸)들과 민주당 지지자에게 좌표를 찍어줬다”며 “사실상 전 당원에게 검찰에 맞서 싸우라는 선동이다. 기괴하다”고 비판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수사 방해는 물론, 나를 조사하는 검사는 내 지지자를 시켜 스토킹도 하고 위협도 하라는 방탄 돌격 명령”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의 결단도 촉구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일찍 수술하면 수술만 하면 되는데 미루다 보면 팔다리를 절단해야 할지도 모른다”며 “민주당은 빨리 수습해서 (이 대표를) 정리하라”고 압박했다.
최승욱 박민지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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