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총경)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의 구속 여부가 이르면 23일 밤 결정된다.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판사 박원규 부장판사는 23일 오전 10시30분 이 전 서장과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이어 같은 날 오후 2시 박 구청장과 최원준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장의 영장실질심사가 김유미 영장전담판사의 심리로 열린다.
앞서 서울서부지법은 지난 5일 이 전 서장과 송 전 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한 차례 기각한 바 있다. 김 판사는 당시 “현 단계에서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증거 인멸, 도망 우려에 대한 구속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피의자의 충분한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경찰청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보강수사를 벌여 이 전 서장의 구속영장을 전날 다시 청구했다. 첫 번째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지 15일 만이다.
특수본은 첫 구속영장에선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만 적시했으나 이번엔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도 추가했다. 이 전 서장이 실제보다 48분 일찍 현장에 도착했다고 허위로 기재된 상황보고서를 직접 검토하고도 바로잡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참사 당일인 10월 29일 이 전 서장이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11시5분쯤이다. 하지만 용산서 상황보고에는 참사 직후인 오후 10시17분 도착한 것으로 기재돼 논란이 됐다.
송 전 실장은 참사 직전 압사 위험을 알리는 112 신고에도 차도로 쏟아져나온 인파를 인도로 밀어 올리는 등 적절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특수본은 송 전 실장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보강해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했다.
특수본은 박 구청장에 대해선 용산구청이 핼러윈 행사를 앞두고 대비 책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고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했다. 박 구청장이 안전사고 예방대책 수립에 소홀했고 참사에 부적절하게 대처했다는 것이다. 또한 박 구청장이 수사를 앞두고 휴대전화를 교체한 것을 증거인멸 시도로 판단해 이 혐의도 영장에 적시했다.
특수본은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재난안전법)에 따라 재난을 대비하고 구호할 1차적 책임이 있는 관할 구청 수장인 박 구청장이 경찰보다 혐의가 무겁다고 판단했다.
최 과장에게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가 적용됐다. 핼러윈 안전조치 책임이 있는 주무 부서 책임자로서 부실한 사전 조치로 참사를 초래하고, 사후 대응도 미흡해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혐의다. 참사 발생 후 재난 사태 수습에 필요한 조처를 하지 않은 혐의(직무유기)도 있다.
특수본은 소방 대응에도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소방 및 서울교통공사에 대한 보강 수사를 진행하면서 송은영 이태원역장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에 대한 영장 신청 여부도 조만간 결론 낼 것으로 보인다. 참사 당일 용산소방서 안전근무조가 지정된 근무지인 해밀톤호텔 앞에서 벗어나 있던 것과 관련해 최 서장의 관리·감독 소홀 책임이 있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이 외에도 영장 청구 대상에서 제외된 문인환 용산구 안전건설교통국장에 대해서도 보강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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