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살 당시 군 첩보를 삭제했다는 혐의 등으로 구속된 서욱(59) 전 국방부장관이 구속 18일 만인 8일 풀려났다.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다. 앞서 지난달 22일 같은 법원의 김상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증거 인멸과 도망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는데, 이를 다른 재판부가 뒤집은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재판장 원정숙)는 이날 서 전 장관이 청구한 구속적부심을 인용했다. 구속적부심은 구속된 피의자가 구속 적법성과 필요성을 다시 판단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하는 절차다. 재판부는 범죄 증거를 인멸할 우려나 재판에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을 해할 염려가 없다고 보고 서 전 장관 석방을 결정했다.
서 전 장관의 변호인은 지난 7일 구속적부심 심사를 마친 뒤 “조사가 충분히 된 상태인데, 이제 피고인 방어권을 행사해야 하는 상황에서 구속이 계속되는 건 과하지 않냐는 것”이라며 청구 취지를 설명했었다.
재판부는 보증금 1억원 납입을 조건으로 달았다. 또 주거지를 벗어나거나 사건 관련자들과 접촉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법원과 검찰의 출석 요구에도 반드시 따라야 한다. 애초 서 전 장관의 구속기한은 오는 9일까지였다. 검찰은 그 이전 그를 재판에 넘길 예정이었지만, 이날 석방으로 구속 기간의 구애를 받지 않게 돼 기소 시점은 유동적이게 됐다.
‘윗선’ 수사로 가는 교두보로 지목됐던 서 전 장관이 풀려나면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에 대한 수사는 일정 부분 차질을 빚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검찰은 서 전 장관 신병 확보 기간 많은 조사가 이뤄져 앞으로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차질 없이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서 전 장관은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정부 판단과 배치되는 내용의 감청정보 등이 담긴 군사 기밀을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밈스)에서 삭제하거나 합동참모본부 보고서에 허위 내용을 쓰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서 전 장관과 같은 날 구속됐다가 지난 6일 부친상으로 일시 석방된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은 장례 절차가 끝난 뒤 재수감될 예정이다. 집행정지 기간만큼 구속 기한도 뒤로 밀리게 된다. 김 전 청장 역시 구속적부심을 청구할 가능성이 있다. 그는 사건 당시 “자진 월북으로 판단된다”는 내용의 중간수사 브리핑을 주도하고 이 과정에서 증거를 은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형민 조민아 기자 gilels@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