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교통공사에 입사한 전주환은 신입사원 교육 현장에서 피해자를 처음 만났다. 피해자에게 일방적 호감을 느낀 전주환은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350여 건의 문자와 전화로 만남을 강요하거나 피해자의 영상 등을 유포하겠다는 등의 협박을 일삼았다.
전주환의 스토킹으로 악몽같은 2년을 보낸 피해자는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참을 수 없어서 법에 호소해 보기로 하고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경찰은 전주환의 혐의를 인정하면서 피해자에 대한 보복범죄를 우려하여 법원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일로 전주환은 서울교통공사에서 직위해제됐다.
자신이 계속 스토킹을 해도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전주환은 계속해서 피해자에게 연락하며 만남을 요구했다. 공포에 질린 피해자가 또다시 고소하자, 전주환은 피해자를 죽이기로 결심하고 피해자의 옛 주거지를 배회했다. 2022년 9월 14일 오후 7시쯤에 신당역으로 간 전주환은 1시간10분 동안 위생모를 쓰고 피해자를 기다렸다. 그리고 당일 오후 9시쯤에 피해자가 신당역 여자 화장실을 순찰하자 따라 들어가서 피해자를 살해했다. 소위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이다.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고 있는 와중에 발생한 사건이어서 국민들의 충격은 더욱 컸다.
스토킹처벌법이 제정되기 전, 스토킹 범죄는 경범죄처벌법을 적용해서 1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경미하게 처벌했다. 그러나 스토킹 범죄가 살인 등의 강력범죄로 발전한 사례가 끊임없이 발생하면서 보다 강력한 처벌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논의됐고, 결국 스토킹처벌법이 제정돼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위 법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피해자에게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주거 등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 또는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물건이나 글·말 등을 도달하게 하거나 주거 등 또는 그 부근에 물건 등을 두는 행위, 주거 등 또는 그 부근에 놓여져 있는 물건 등을 훼손하는 행위를 해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을 ‘스토킹행위’로 정의하고,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행위를 하는 것을 ‘스토킹범죄’로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의 스토킹처벌법은 치명적인 허점들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상대방 의사에 반해’라고 규정하여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하고 있는 점이다. 즉,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 아예 처벌할 수 없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로 인해서 스토킹범죄 가해자들이 피해자에게 지속적으로 처벌불원서를 써달라고 강요하거나 협박하는 등 보복범죄로 이어지고 있고, 결국 두려움을 못한 피해자가 처벌불원서를 써줘서 불기소처분된 사건 비율이 30%에 이른다고 한다.
다음으로 피해자 보호에 많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재의 스토킹처벌법은 가해자가 100m 이내 접근금지명령을 위반하더라도 과태료 처분밖에 할 수 없다. 따라서 피해자보호에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마지막으로 솜방망이 처벌이다. 스토킹처벌법 시행 후 스토킹범죄신고가 급증하였고, 종전 경범죄처벌법을 적용하던 것에 비해서는 형벌이 강화된 점은 있으나,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형이 선고될 뿐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제2, 제3의 전주환이 나타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위와 같은 법의 허점들이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없을지 모르겠으나, 열 번 스토킹하면 쇠고랑을 찰 수 있음을 꼭 기억하기를 바란다.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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