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부인하던 국민은행 강도살인 피의자 1명 “내가 그랬다”

Է:2022-09-01 17:27
:2022-09-0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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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강도살인사건 피의자 이정학(왼쪽)과 이승만. 대전경찰청 제공

대전의 대표 미제사건인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 피의자 2명이 지난 27일 구속된 가운데 범행을 계속해서 부인해 오던 이승만(52)이 범행을 자백했다.

1일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이승만은 프로파일러 투입, 중요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의 연이은 심층 조사 이후 심경의 변화를 겪고 이날 오전 범행 경위에 대해 구체적으로 경찰에 진술했다.

이 씨는 공범인 이정학(51)의 진술과 마찬가지로 범행을 자신이 주도했다고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경위에 대한 둘의 진술 역시 대체로 일치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들의 진술에 따르면 숨진 은행 직원에게 총을 쏜 것도, 총을 구하기 위해 순찰 중인 경찰관을 차로 들이받은 것도 모두 이승만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정학은 정신을 잃은 경찰관으로부터 총기를 빼오거나 은행에서 범행할 당시 돈가방을 차량에 싣는 역할 등을 맡았다.

경찰 관계자는 “이승만은 이정학이 경찰에 자백했는지 여부를 가장 궁금해했다”며 “이정학이 자백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이승만 본인도 더 숨길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자백을 했다”고 설명했다.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던 이정학의 진술과 달리 이들의 범행은 계획적이었다.

이승만의 진술에 따르면 이들의 범행은 1990년대 후반 불법 복제 테이프 도매업을 하던 그가 불법 영업 단속을 당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두 차례 단속을 당해 구치소를 다녀 온 이승만이 ‘내가 빼앗긴 것과 동일한 이익을 국가에게 얻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는 것이다.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 수배전단

범행을 저지르기로 결심한 이승만은 같은 고교 출신인 이정학과 범행을 모의했다. 당시 두 사람 모두 특별한 직업이 없었던 탓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들은 초기에 은행 매장 내에서 직접 강도짓을 벌일 계획이었다. 은행을 털려면 총이 필요했다. 총을 구하기 위해 차를 타고 파출소 주변 등을 배회하던 이들은 2001년 10월 15일 새벽 대전 대덕구의 한 골목길에서 총을 차고 순찰하던 경찰을 발견했다. 당시 타고 있던 차도 전날 저녁 대전 서구에서 훔친 차량이었다.

차량을 운전하던 이승만은 그대로 해당 경찰을 들이받았다. 이정학은 차에서 내려 충격으로 정신을 잃은 경찰에게서 총기를 빼내 훔쳤다. 그 뒤 그대로 달아나 약 600m 떨어진 길가에 차량을 버리고 도주했다.

직접 은행을 털려던 이들은 범행 대상으로 삼은 은행에 현금 호송차량이 주기적으로 출입하는 것을 확인하고는 호송차량으로 ‘타깃’을 바꿨다.

총기 강탈 사건이 잠잠해질 때쯤인 2001년 12월 21일, 피의자들은 국민은행 충청영업본부 건물 지하 1층 주차장에서 검은색 그렌저 차량을 타고 현금 수송차량을 기다렸다.

은행직원과 보안업체 직원 등이 차량에서 돈가방을 들고 내리는 순간을 노린 이들은 차량으로 직원들을 막아서고는 권총을 겨누며 돈가방을 내놓으라고 위협했다. 은행직원이 저항하자 이승만은 그의 몸에 실탄을 쏴 살해했다. 현장에 있던 돈가방 1개를 이정학이 챙기자 곧바로 현장을 빠져나갔다.

피의자들은 300여m 떨어진 인근 상가 지하주차장까지 간 뒤 그렌저 차량을 버렸다. 이후 미리 세워 둔 또 다른 훔친 차량을 타고 갈마동의 한 상가 지하주차장까지 이동한 뒤 헤어졌다.

이정학은 택시를 타고 대전역으로 갔다가 대구로, 이승만은 자신의 차량으로 동구의 한 야산까지 각각 이동했다. 이승만은 이 산에 돈가방과 총기를 숨겼다. 돈가방은 바로 챙겼지만 총은 그대로 버려뒀다.

몇 년이 지난 뒤 해당 야산이 개발된다는 소식을 들은 이승만은 다시 산으로 가 총기를 찾았다. 그는 총을 망치로 잘게 부숴 여러 곳에 조금씩 버렸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범행 이후 다른 범죄를 저질렀던 이정학과 달리 이승만은 특별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살았다.

21년간 감춰졌던 진실은 경찰의 끈질긴 추적과 과학수사의 눈부신 발전덕분에 전모가 밝혀질 수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도주 경로 등 일부 진술은 피의자들의 말이 엇갈려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이승만이 자백 이후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죄송하다며 뉘우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전의 나머지 미제사건에 대한 수사도 계속해서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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