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월 퇴임한 뒤 26일(현지시간) 처음 워싱턴DC에 입성해 2024년 미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의사당 폭동’ 사태로 위기에 몰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곧 대선 출마 선언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극우 성향 싱크탱크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연구소가 연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자신이 패배한 지난 대통령 선거가 부정이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그 선거는 재앙이었고, 우리나라의 수치”라면서 “실제로는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아니라 자신이 승리한 선거”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그걸(대선) 한 번 더 해야 할 수도 있다”며 “우리는 우리나라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 출마에 대한 의욕도 드러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들은 어떤 형태로든 여러분에게 해를 끼치려 하지만,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건 나를 망가뜨림으로써 내가 더는 여러분을 위해 업무에 복귀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일은 생기지 않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대선 출마 가능성을 언급하자 지지자들은 재선 성공을 기원하는 구호인 “4년 더”를 연호했다고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의사당 폭동 진상을 조사하는 하원 조사특별위원회 구성원들을 ‘정치꾼과 깡패들’이라고 규정하며 반격에 나섰다. 그는 “내가 신념을 버리고 침묵하기로 한다면, 집에서 자제한다면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박해는 즉각 멈추겠지만 그건 내가 할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월 6일 의사당 폭동 사태 당시 각종 추문에 연루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재 검찰 고발을 포함해 정치적 위기에 봉착한 상태다.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일부러 수수방관하거나 오히려 폭도들을 부추기는 트위터 등을 올리며 위험을 야기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기소 가능성까지 언급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출마 선언 시기를 여름으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전언이 나온다.
‘신성’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등장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조급하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그는 미 언론에서 “두뇌가 있는 트럼프(as Trump with a brain)”라고 칭하는데, 트럼프와 같은 극단적 보수가 아닌 합리적 보수의 면모를 통해 인기가 급상승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기 출마 선언으로 확실한 ‘굳히기’를 통해 드산티스를 초기에 제압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뉴햄프셔대학이 뉴햄프셔주의 공화당 대선 경선 투표 가능성이 있는 유권자 318명을 대상으로 지난 6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드산티스 주지사는 39%로 1위를 차지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37%)을 오차범위 내에서 누른 바 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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