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디테일에’…서울시 임대주택 차별 끝장낸다

Է:2022-06-12 13:17
:2022-06-12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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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택패러다임이 바뀐다>
③주거 격차 해소의 핵심, 임대주택
서울시, 임대주택 차별 철폐·고급화

벽면에 곰파이가 가득 핀 서울의 한 임대주택 실내 모습. 서울시 제공

지난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한 이후 서울시 주택정책실 산하에 공공주택(임대주택)을 타깃으로 태스크포스(TF)가 조직됐다. 평면·배치·사용료 등을 비롯해 입지·유형·물량분석, 평형 배분·법적 검토, 커뮤니티 시설·혼합배치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역할로, 모두 8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의 목적은 그동안 서울시가 공급한 임대주택에 대한 모든 차별적 행태의 전수 조사다.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도 임대주택 거주민이라는 이유로 아이들이 놀이터마저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식의 각종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다. TF가 공급을 앞둔 임대주택 65개 단지, 1만1045세대를 사전 검토해보니 차별은 단순히 평형이나 배치에만 머물지 않았다. 조망, 통풍, 일조량까지 악마는 디테일에 있었다.

서울시가 임대주택 차별 철폐 및 고급화에 나선 것은 서민들이 겪는 주거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과거 저소득층 위주로 입주했던 임대주택은 이제 신혼부부, 대학생, 사회초년생, 청년은 물론 주거비를 줄이고 여가비를 늘리려는 무주택 중산층까지 다양한 시민이 생활하고 있다. 임대주택의 종류도 영구임대(1989년), 공공임대(1990년), 재개발 임대(1993년), 국민임대(1994년), 장기전세(2008년), 행복주택(2013~2021년) 등으로 다각화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12일 “세금으로 공급하는 임대주택은 시민이 주인이고 지자체는 중간관리자일 뿐”이라며 “분양주택과 비교할 때 보이지 않는 차별이 너무 많았다. 차별 철폐와 고급화를 통해 주거 격차를 실질적으로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호 소재로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구분토록 한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서울시 제공

TF는 입지여건, 거주민 생활방식, 경제력, 임대·분양주택의 혼합배치, 소음, 일조량, 실사용 면적, 안전한 조리시설 등 모두 21가지의 체크리스트를 가지고 전수조사를 진행했다. 시 관계자가 “(임대주택에 대한) 철학을 바꾸는 작업”이라고 할 정도로 차별이 발견되는 즉시 시정을 요구했다.

대중교통 여건이 좋고 초·중·고교가 많은 주거 밀집지였던 송파구 A아파트 재건축단지의 경우 42㎡(이하 전용면적) 소형평형 임대주택이 중복도(복도 하나를 두고 집이 마주하는 구조) 방식으로 설계돼있었다. 시는 중복도 방식을 폐기해 환기와 통풍에 유리하도록 구조를 바꾸도록 했다. 또 총 942세대 가운데 160세대였던 공공임대를 141세대로 줄이는 대신 84㎡ 공공임대를 20세대 늘렸다. 물량을 줄이고 평형을 늘린 것은 송파구가 신혼부부와 3·4인 가구 비중이 자치구 가운데 각각 1위, 4위인 점을 고려했다. 교통·교육여건이 좋아 대가구 거주 비중이 높을 것으로 판단해 행복주택(청년·신혼부부)과 장기전세주택을 크게 늘렸다.

송파구 B아파트는 반대로 소형평형을 대거 확보했다. 전체 6789세대 중 임대주택은 573세대였으나 588세대로 증가시켰다. 당초 확보하지 않았던 전용 면적 45㎡를 88세대나 늘렸기 때문이다. 대신 59㎡를 473세대에서 400세대로 줄였다. 시 관계자는 “B아파트의 경우 평형은 작지만 매우 우수한 평면이 도입돼 있었다”며 “신혼부부가 입주해 아이를 낳아도 살 수 있다고 보고 소형 평형도 적극 확보했다”고 말했다.

강남구 C아파트 역시 교육·교통 입지는 좋았으나 소형 평형에서 차별적 구조가 발견됐다. 45㎡ 4세대, 59㎡ 2세대가 동북향으로 채광이 좋지 않았고, 복도식이어서 침실도 환기에 매우 불리한 상황이었다. 시는 주채광 방향을 동향으로 틀고 일부 계단 위치를 바꿔 환기할 수 있도록 설계 변경을 요구했다. 또 전체 174세대 장기전세 물량 중 45·59㎡를 36세대 줄이는 대신 74㎡를 23세대 늘렸다. 2015년 기준 강남으로 통근하는 인구가 강남 거주 인구의 1.9배에 달할 정도로 주거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3·4인 가족 주택을 늘리기 위해서다.

강남구 D아파트는 임대주택의 조망이 좋지 않았다. 대형 평수만 하천 전망이 가능했고, 임대주택은 단지 북쪽에 몰아놓아 다른 단지를 바라보도록 설계했다. 시는 임대주택 일부를 주동에 배치하는 ‘소셜믹스’를 통해 하천 조망을 확보할 수 있도록 변경했다.

서울시는 앞으로 임대주택 인테리어도 분양주택 못지 않도록 고급화할 예정이다. 사진은 임대주택에 도입키로 한 아일랜드 식탁의 모습. 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임대주택 고급화도 추진 중이다. 우선 3·4인 가족을 위한 60㎡ 이상 평형을 현재 8%에서 30%까지 확대키로 했다. 주택 내부시설 교체 주기도 도배·장판은 10년에서 6년으로, 싱크대는 15년에서 10년으로, 창호와 문은 30년에서 20년으로 각각 단축한다. 층간 소음 차단을 위해 벽식 구조도 기둥식 구조로 변경키로 했다. 인테리어에 있어서도 아일랜드식 주방, 시스템 에어컨, 맞춤형 시스템 가구 등 분양주택에 버금가는 품질로 꾸미도록 했다. 최신 분양주택에 설치돼 있는 커뮤니티 공간도 적극 이식한다.

관건은 분양주택 거주민의 불만과 임대료 인상 여부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는 “지금 국민임대 주택도 비싸서 못 들어가겠다는 분도 있다”며 “임대주택 임대료를 인상하거나 정부 지원을 늘리는 실질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황수 건국대 교수도 “임대주택 소비자 관점에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장점이 있지만 저소득층의 경우 임대료가 부담될 것”이라며 “결국 시 재정이 투입돼야 할 텐데, 시민의 세금부담이 가중되거나 시 재정 적자가 늘어나지 않도록 적정선의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입주민 소득연동형 임대료 체제 등 여러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강준구 김이현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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