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애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장이 4일 “검수완박에서 ‘박탈’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며 “검사의 수사에는 아무런 통제장치가 없다. 통제받는 수사가 늘어났다고 보는 게 더 맞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그동안 검수완박 논의에 대해 공개적인 입장 표면을 자제해왔지만 수사권 조정 업무를 다뤄 온 수사구조개혁팀장이 나서 검수완박에 대한 경찰의 견해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경찰청은 지난 3일 검찰청법 개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공포되자 경찰 대응 상황과 입장을 공유하기 위해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장을 맡고 있는 이은애 총경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팀장은 “검수완박에서 ‘박탈’이라는 것은 남의 재물이나 권리를 뺏는 것”이라며 “원래 수사권은 검찰에게 영속적으로 있는 게 아니었다. 수사권의 역사와 세계 제도를 보면 ‘박탈’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외 사례를 파악하기로는 검경이 권한은 나눠 갖는 게 맞고, 기능적으로는 연계해 협업하고 같이 회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금까지 너무 오래 검찰의 지휘체계에 익숙해져 있었다”며 “미국 검사는 ‘경찰의 대리인’이라는 표현을 쓴다. 경찰과 검찰이 같이 자유롭게 토론하고 회의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의 수사권 남용 우려를 묻자 검찰 수사 통제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팀장은 “경찰 수사는 100퍼센트 검사의 통제를 받고 있다. 혐의가 있으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고, 혐의가 없어서 불송치를 하더라도 사건 기록을 검찰에 보낸다”며 “하지만 전체 수사의 0.6퍼센트에 해당하는 검사의 직접 수사에 대해서는 아무런 통제장치가 없다. 검사가 불기소한 사건에 대해서는 누구도 얘기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 팀장은 이번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우리나라 수사 총량 가운데 ‘통제받는 수사’가 늘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에서 제기되는 법안의 위헌성 논란에 대해서는 “수사 주체와 절차는 헌법에서 규정하지 않고 입법 사항으로 다룬다. 위헌이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경찰 수사 총량이 늘어나면서 사건 처리가 더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이 팀장은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부터 사건 처리 기일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였다”며 “검찰 기소 단계까지 포함하면 혐의가 있는 사건은 사건 처리에 1.7일 늘었다. 불송치 사건도 접수부터 종료까지 사건 처리가 10일 늘어났지만 검찰 단계가 없어졌기 때문에 국민 입장에서는 평균 6일이 줄어든 셈”이라고 주장했다. 사건 처리 기간이 늘어났다는 지적이 있지만 경찰 내부적으로는 사건 처리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경찰 수사 총량이 얼마나 늘어날지에 대해서는 “검찰 직접 수사 6대 범죄에서 2대 범죄로 줄어든 게 어느 정도 경찰에 오느냐에 달렸다고 본다”며 “수사 총량이 늘어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어느 정도 일지는 결국 검찰청법에 대한 대통령령이 정해지는 것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개정된 검찰청법은 검찰 수사 범위를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한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이 팀장은 “현재 규정하고 있는 부패와 경제 범죄의 범위를 넓혀 검찰 직접 수사가 늘어날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법 개정 취지는 검찰의 직접 수사를 줄이라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조만간 TF를 꾸려 필요한 조치들을 내부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공직자 선거 범죄를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하는 등 조직 개편과 수사 인프라 강화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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