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검찰총장은 14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대해 “곧바로 검찰을 전부 폐지하는 교각살우(쇠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인다)의 잘못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반대 입장을 거듭 밝혔다.
김 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민주당 소속 박광온 법제사법위원장과 면담하기에 앞서 기자들을 만나 “(검찰의 수사·기소권을 분리한다면) 문제가 될 게 명약관화해 이를 법사위원장 및 법사위원에게 설명해 드리고자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총장은 “검찰의 수사 기능이 전면 폐지되면 범죄자는 행복해지고 범죄 피해자는 불행해질 것”이라며 “우리 사회에서 부정부패 범죄가 득세한다면 국민과 국가들은 불행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 총장은 “검찰 수사의 중립성에 문제가 있다면 국회에서 그 부분만 시정하는 특별법을 만들거나 사법개혁특위처럼 특별한 기구를 만들어도 좋다. 검찰도 따르겠다”며 출구 전략을 제시했다.
김 총장은 박 위원장을 만나 검수완박에 대한 검찰 의견을 정리한 서한을 전달하고 20분간 면담했다.
김 총장은 면담 직후 취재진에게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논의하게 되더라도 충분히 토론하고 문제점도 함께 검토해 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김 총장에게) 헌법과 국회법 규정대로 민주적 절차에 따라 책임 있게 (법안을) 심의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김 총장에게 청와대 관계자와도 면담할지 여부와 한동훈 검사장의 법무부 장관 지명에 관한 입장을 물었으나 김 총장은 즉답을 피했다. 김 총장은 이날 법사위 관계자들과 만나 “(검찰 개혁은) 검찰을 없애자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초선 강경파인 최강욱 의원은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총장이 검수완박에 반발하는 것을 두고 “참 딱한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김 총장이 고검장 회의를 주재한 날(지난 8일) 밤에 저한테 전화해 (검수완박) 입법에 관한 선처를 요청하고 이번에 처리되지 않게 해 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한 적이 있다”며 “제가 ‘김 총장이 그럴 자격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김 총장이 본인이 생각해도 정말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검수완박 실현을 위한 검찰청법 개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 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울러 해당 법안의 본회의 상정을 위한 키를 쥐고 있는 박병석 국회의장을 설득하는 작업도 이어갔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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