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부차에서 발생한 민간인 대량 학살로 전 세계가 분노하는 가운데 다른 지역에서도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 정황이 드러났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당국은 키이우(키예프)에서 서쪽으로 45km 떨어진 작은 마을 모티진에서 민간인 시신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모티진은 러시아 군에게 한때 점령당했던 마을로, 현재는 러시아 군이 퇴각한 상태다.
발견된 민간인 시신 중에는 모티진의 마을 대표 올하 수첸코와 남편 이호르 수첸코, 25세 아들 올렉산드르가 있었다. 이들의 시신은 모래에 덮인 채 발견됐는데, 고문 끝에 총에 맞아 사살된 것으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 내무부 고문인 안톤 헤라셴코는 이와 관련해 “러시아 군은 올하가 우크라이나 군과 협력한다고 의심했다”며 “수첸코 가족을 고문하고 학살한 것에 책임져야 한다”고 분노했다.
올렉산드르의 여자친구 다리아 벨레니치나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군이) 지난달 23일 올렉산드르의 차와 핸드폰을 뺴앗고 집을 수색했다”며 “몇 시간 뒤 수첸코 가족 모두를 끌고 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나중에 수첸코 가족들이 죽은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모티진 마을 외곽 농장 근처 숲에서도 불타는 트랙터와 함께 머리를 테이프로 감싼 시신이 발견됐다. 농장 근처 우물에서도 남성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방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시신은 주변에 지뢰가 설치돼 있을 가능성 때문에 아직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지난 2일(현시시간) 키이우 인근 부차에서는 민간인 대량 학살 정황이 확인된 바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421구의 시신이 발견됐다. 러시아는 민간인 학살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국제 사회는 러시아의 민간인 학살을 규탄하며 러시아에 대한 제재 강화를 논의하고 있다.
이찬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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