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같은 감염병 대유행의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가 확인됐다.
국내 코로나19 유행 초기, 빠른 처치가 필수인 급성 뇌졸중의 치료 시간이 지연되는 등 응급대처가 늦어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응급실을 찾은 급성 뇌졸중 환자의 사망 비율은 코로나19 유행 이전 대비 배 가까이 늘었고, 이들 환자의 중환자실 입원율 역시 전체의 3분의 1 수준에서 절반으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김대희·이운정·우선희 교수팀은 이런 내용의 ‘코로나19에 따른 급성 뇌졸중 환자의 응급의료서비스 지연’ 관련 연구를 대한의학회지(JKMS) 온라인판 최근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의 갑작스러운 유행이 급성 뇌졸중 환자와 관련해 응급의료체계에 미친 영향과 환자의 예후를 확인했다. 서울 소재 5개 소방서 산하 안전센터 25곳에 접수된 응급의료서비스(EMS) 기록을 서울 지역 코로나19 유행 이전(2019년 2월 1~4월 30일) 그룹과 유행 초기(2020년 2월 1~4월 30일) 그룹으로 나눠 분석했다.
응급 구조사의 LAPSS(Los Angeles Prehospital Stroke Screen)척도를 기준으로 뇌졸중 증상을 보이는 환자 중 실제 465명을 코로나19 유행 이전 그룹(234명)과 유행 초기 그룹(231명)으로 구분했다.
연구 결과, 환자의 평균 연령 및 성별, 최초 증상, 증상의 발생 장소, 증상 발생 시간대 등은 두 그룹 간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환자의 증상 판단을 위한 통화 시간, 응답 시간, 현장 출동, 의료기관 인계 등 응급상황 대응을 위한 전체적인 시간은 유의하게 늘었다.
총 이송시간을 기준으로 상위 25%의 환자의 경우 증상 발생부터 119 신고까지 걸린 시간은 404분에서 680분, 출동 시간은 7분에서 9분, 환자를 의료기관에 인계 후 돌아오는데 걸린 시간은 25분에서 30분으로 각각 증가했다.
병원 응급실 대기 시간도 길어졌다. 코로나19 발병 전에는 176분이었지만 코로나19 유행 초기엔 195분이 소요됐다. 또 뇌졸중 치료 핵심인 골든타임(4.5시간) 이내에 치료를 시작하는 비율도 78.6%(184명)에서 69.3%(160명)로 감소했다.
중환자실 입원 비율은 코로나19 발병 전 33.3%였지만 유행 초기 50.6%로 크게 늘었다. 사망 환자도 코로나19 발생 전 7.7%에서 13.9%로 배 가까이 증가했다.
김대희 교수는 30일 “이번 연구를 통해 코로나19 같은 감염성 질환이 갑자기 유행하면 응급의료체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향후 다른 감염성 질환이 유행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급성 뇌졸중 환자 등 응급환자에게 적절한 응급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지침 개발과 의료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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