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소리 바라지 10주년 “전통을 동시대 감각으로 해석”

Է:2022-03-27 17:55
:2022-03-2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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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일 국립극장 하늘극장 기념공연… 트로트가수 송가인 특별 출연

10주년 공연을 앞둔 국악그룹 우리소리 바라지가 지난 25일 서울 관악구의 연습실에 모였다. 왼쪽부터 정광윤(대금), 이준형(타악·소리), 김율희(소리), 최은혜(가야금), 조성재(아쟁), 강민수(타악), 최광일(피리). 이한결 기자

‘바라지’는 원래 누군가를 알뜰살뜰 돌보는 것을 뜻하는 말로 전통음악에서는 음악을 이끌어가는 주된 소리에 어우러지는 반주자들의 즉흥적인 소리를 지칭한다. 그룹 ‘우리소리 바라지’는 한국 전통음악의 원형인 각 지역의 민속음악을 토대로 악가무(樂歌舞) 일체의 창작음악 작업을 통해 세상을 좀 더 인간답게 만드는 데 바라지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우리소리 바라지(이하 바라지)가 4월 2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10주년 기념공연 ‘傳(전)하여 通(통)하다’를 두 차례 선보인다.

최근 국악에 서양 악기를 더한 퓨전 국악 그룹들이 인기를 얻으며 활동 중이지만 전통 악기로만 이뤄진 그룹은 바라지가 독보적이다. 물론 그동안 전통 악기로만 구성된 그룹이 없었던 것은 아니겠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활동하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은 바라지가 유일하다. 현재 대표인 조성재(아쟁)를 비롯해 강민수(타악) 정광윤(대금) 이준형(타악·소리) 김율희(소리) 최광일(피리) 최은혜(가야금)으로 구성된 바라지는 판소리, 무속음악, 산조 등 다양한 전통음악을 재료로 바라지만의 색을 입힌 음악으로 국악계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다른 그룹과 달리 이들 멤버의 스승인 한승석 중앙대 교수가 예술감독으로서 창작 작업을 함께하는 것도 바라지만의 특징이다. 10주년 기념공연을 앞두고 연습에 한창인 바라지를 지난 25일 서울 관악구 바라지 연습실에서 만나봤다.

2011년 광주 5.18 기념공연인 ‘자스민 광주’로 데뷔

“이 연습실은 바라지의 첫 전용 연습실이에요. 그동안 남의 연습실을 빌려 쓰다가 전용 연습실 마련한 지 몇 달밖에 안됐는데, 멤버들이 연습을 위해 모이는 게 좀 편해졌습니다. 10주년을 맞이해 새로운 각오로 나아가겠다는 바라지의 의지가 담긴 곳이죠.”(조성재)

바라지는 2000년대 중반 국가무형문화재 제72호 진도씻김굿 전수조교인 김오현 명인의 공연을 돕기 위해 아들인 김태영(타악)과 그 선후배 및 친구 사이인 강민수, 조성재, 정광윤이 모인 것이 계기가 됐다. 그리고 2008년 한승석 교수가 제대로 팀을 꾸려 창작 작업을 하자고 권하면서 만들어진 바라지는 2011년 광주 5.18 기념공연인 ‘자스민 광주’로 데뷔했다. 이 무대는 광주의 5월이 중동 자스민 혁명과 연대하는 메시지를 담아 남도의 씻김굿과 시나위, 타악, 무용 등으로 구성한 총체극이다. 당시 큰 호평을 받은 이 작품은 그해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선보여 평단으로부터 별 다섯 개의 최고점을 받는 등 바라지를 단번에 국내 정상급 국악 그룹으로 인식시켰다.

우리소리 바라지의 공연 장면으로 '비손'과 '생사고락'. 바라지 제공

“바라지가 팀을 만들고도 데뷔까지 꽤 시간이 걸린 것은 저희 창작 작업 특성상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입니다. 한 선생님께서 다양한 전통 음악을 소재로 사설을 만든 뒤 저희 모두 기악과 소리로 선율을 만들고 다듬는 과정을 거칩니다. 공연 전날도 바꿀 정도니까요.”(조성재)
“저희는 모두 전공 악기 이외에 다른 악기를 연주하거나 소리도 합니다. 엄청난 연습이 필요한 만큼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빠지면 객원 연주자로 대체할 수가 없습니다.”(정광윤)

실제로 바라지가 그동안 발표한 음반은 2015년 ‘비손’과 2020년 ‘입고출신(入古出新)’ 등 2장뿐이다. 하지만 전라도 지역의 무속음악과 노동요를 기반으로 창작한 ‘비손’이 2015년 월드뮤직마켓(WOMEX) 공식 쇼케이스에 선정되는 등 바라지는 프랑스, 폴란드 등의 음악축제에 초청돼 좋은 평가를 받았다. 또 무속음악, 판소리, 산조 등을 재료로 새롭게 창작한 ‘입고출신’은 2017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레퍼토리로 선정된 후 꼼꼼한 녹음작업 끝에 음반으로 나왔다.

“요즘 국악의 추세가 오리지널보다는 대중음악이나 서양 악기와의 협업이 많은데요. 많은 유행이 돌고 돌아서 결국은 전통으로 돌아온다는 게 바라지의 믿음입니다. 그동안 저희는 팀을 굳건히 유지해야죠.”(강민수)
“우리 민족의 음악을 소재로 가지고 전통악기만 활용해 새롭게 만드는 작업은 어렵지만, 보람이 있습니다. 전통을 지키면서도 요즘 시대의 감각으로 관객과 소통하려고 합니다.”(이준형)

전통 악기로만 구성된 국악 그룹의 뚝심

지난 2011년 광주 5.18 기념공연인 ‘자스민 광주’로 데뷔한 우리소리 바라지가 4월 2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10주년 기념공연을 연다. 바라지 제공

바라지는 초창기 멤버들이 국악 무형문화재의 자제들이어서 ‘국악계의 성골’로 불리기도 했다. 바라지의 맏형인 강민수의 아버지는 국가무형문화재 제81호 진도다시래기 보유자였던 고 강준섭 선생이며, 강민수 역시 바라지 외에 진도다시래기 전승교육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바라지 대표인 조성재의 어머니는 국가무형문화재 72호 진도 씻김굿 전수조교인 송순단 선생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전통 보존에만 집착하는 것은 아니다. 김율희는 레게와 전통 음악의 융합으로 새로운 사운드를 창조하는 밴드 ‘소울 소스 meets 김율희’로 활동하고 있고, 이준형은 다양한 소리꾼의 고수이자 사물놀이 그룹 ‘느닷’의 멤버이기도 하다. 다른 바라지 멤버들 역시 바라지 활동 외에 프리랜서로서 다양한 무대에 서고 있다.

“바라지를 비롯해 대부분의 국악 그룹이 그룹 활동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는 힘들어요. 각각 프리랜서로서 다른 무대에서 연주도 하고 대학 등에서 강의하기도 해요. 그렇지만 저희들은 바라지 작업을 사랑하기 때문에 이렇게 지속할 수 있는 것 같아요.”(김율희)

바라지는 이번 10주년 공연에서 1부는 지난 10년간 창작의 근간이 됐던 민속음악, 연희, 기악, 소리 등을 압축해서 선보이고, 2부에서는 바라지의 미래 10년의 예술세계를 후배 및 동료 예술가들과 함께하며 예술적 방향을 공유하는 자리로 만들 예정이다. 특히 이번 공연에는 예술감독 한승석과 함께 특별게스트로 트로트 가수 송가인이 출연할 예정이다. 조성재의 동생인 송가인(본명 조은심)은 방송을 통해 많이 알려졌지만, 판소리를 정통으로 공부했다. 그래서 자신의 공연에 국악계 동료와 선배를 자주 출연시키고 있고, 바라지도 송가인의 단독 콘서트 오프닝 무대에 서기도 했다. 이번에 바라지는 10주년 공연 보도자료를 내면서 송가인의 출연 사실을 언급하긴 했지만 홍보 포인트로 삼지는 않았다.

“이번 공연 티켓은 대부분 팔렸습니다. 송가인의 영향도 있겠죠. 하지만 굳이 송가인을 내세우지 않은 것은 저희 바라지에 집중해 달라는 뜻입니다. 특히 이번 10주년 공연에서 바라지가 처음으로 관현악과 함께 하는 무대를 선보이는 등 준비를 많이 했습니다.”(조성재)

바라지의 10주년 공연 타이틀인 ‘傳(전)하여 通(통)하다’에 대해 “전통(傳統)은 본래 전하여 내려오는 모든 것을 이르는 말이지만 음악단체 바라지는 전해져오는 것을 동시대의 사람들과 통하게 하는 것 즉, 전통(傳通)으로 해석하는 데에서 기인한다”는 게 한승석 예술감독의 설명이다. 바라지의 뚝심과 자부심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게 분명하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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