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16일 오찬 회동이 불과 4시간 전에 불발된 배경을 놓고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양측은 “연기 이유는 합의에 따라 못 밝힌다”고 입을 닫았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15일 밤까지 회동 의제를 두고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이명박(MB) 전 대통령 사면과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한 문 대통령 임기 말 공공기관 인사 문제를 두고 양측이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앞서 윤 당선인은 회동을 앞두고 국민 통합을 위해 문 대통령에게 이 전 대통령 사면을 건의하겠다고 공언했다.
원칙주의자인 문 대통령이 대선 일주일 만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면을 결정하기엔 부담이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당선인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권 행사를 먼저 언급한 것에 대한 청와대의 불쾌감이 회동 연기 요인이 됐다는 해석도 있다.
윤 당선인 측은 사면 이슈가 회동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선을 긋는 분위기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사면 때문에 회동이 연기됐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청와대가 책임하에 사면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제원 실장도 “사면 결정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다”면서 “(사면 때문에) 충돌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당초 청와대는 윤 당선인이 사면 요청을 공식화하자 “수용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국민의힘 일각에서 제기된 ‘이명박·김경수’ 사면 바터(교환)설이 청와대의 감정을 건드린 것으로 알려졌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이 (MB와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같이 사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상당히 모욕적인 말”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사면 논의가 ‘정치적 거래’로 비화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청와대의 불만이 회동 무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한 주요 공기업·공공기관 인사에 대한 신경전도 회동 무산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의 임기는 이번 달로 끝난다. 신임 총재의 임기는 4년이다.
윤 당선인 측은 대선 직후 한은 총재를 포함한 정권 교체기 인사에 대해 협의해 달라는 뜻을 전달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임기 마지막 날까지 인사권은 문 대통령에게 있다고 반박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문재인정부 인사에 대해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로 가득한 무책임한 인사의 연속”이라고 비판한 것은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회동 무산 직후 현 정부의 인사 문제를 지적하며 공세를 가한 것이다. 조해주 전 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거론하며 ‘알박기 인사’라고 주장했다.
윤 당선인의 공약인 민정수석실 폐지와 임기가 1년 넘게 남은 김오수 검찰총장을 향한 국민의힘의 공세도 뇌관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청와대와 윤 당선인 측이 회동의 성격을 다르게 인식했다는 평가도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역대 대통령과 당선인 간 회동은 축하와 덕담의 자리였다”면서 “그러나 MB 사면과 코로나19 추경 등의 의제가 커지면서 회동이 회담이 되어버렸다”고 지적했다.
회동을 단순한 상견례로 준비한 청와대와 정책적 논의를 하고 싶었던 윤 당선인 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양측 모두 준비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
양측은 의제 조율 협상을 이어가되, 늦어도 다음 주 초까지 회동을 성사시킨다는 계획이다.
회동이 다음 주로 밀리면 대통령과 당선인 간 회동까지 걸린 기간이 역대 최장을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의 만남은 통상 대선 후 10일 이내에 이뤄졌다.
박세환 문동성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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