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증권시장이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에 연일 시달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다가오면서 ‘긴축 발작’ 신호가 들어오면서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8일 28.91포인트(1.09%) 내린 2622.40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11.40포인트(1.29%) 하락하며 870.14까지 후퇴했다.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작용했다”며 “이 여파로 달러·원 환율이 급등했고, 원화 약세에 따른 외국인 매도 출회가 확대되며 지수에 부담을 줬다”고 진단했다.
1. 현대차 [005380]
현대차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 종가와 동일한 16만8000원에 거래를 종료했다. 장 초반 16만35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다시 썼으나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며 하락 폭을 일부 만회했다. 기아도 개장 직후 6만89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기아는 전날보다 2.11% 떨어진 6만9600원에 마감했다. 6만8300원에 거래를 마쳤던 지난해 1월 8일 이후 14개월 만에 6만원 대로 회귀한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약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관측과 함께 본격화됐다. 반도체 공급 우려가 커지며 현대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지난 1일부터 반도체 공급 부족을 이유로 공장 가동을 멈췄다. 러시아에서 공휴일인 ‘여성의 날’을 넘겨 9일부터 공장을 재가동할 예정이었으나 부품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며 재가동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서는 연간 20만대의 자동차가 생산된다. 현대·기아차는 러시아 시장에서 지난해 약 37만8000대를 판매해 르노-닛산에 이어 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전체 판매량 중 약 5.8%에 해당한다.
설상가상으로 러시아 정부는 전날 한국을 비우호 국가로 지정했다. 정부령을 통해 자국과 자국 기업, 러시아인 등에 비우호적 행동을 한 국가와 지역 목록을 발표했다. 한국이 여기에 포함됐다. 러시아는 비우호 국가 목록에 포함된 나라를 상대로 외교적 제한 등 각종 제재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와 기아로선 러시아 영업에 불리한 환경이 된 것이다. 주가 약세에는 러시아 사업 악화와 코스피 대형주에서 매물을 뱉어내는 외국인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2. 니켈 관련주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니켈 가격 급등으로 관련주가 널뛰기 장세를 보였다. 현대비앤지스틸은 개장 초반 15% 가까이 오르며 3만원을 넘어섰다. 이내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하락 전환해 전날보다 1.09% 떨어진 1만8100원에 거래를 끝냈다. 가격제한폭(상한가) 가까이갔던 현대비앤지스틸은 2.97% 오르는 데 그쳤다. 황금에스티(2.11%), 세아특수강(1.90%)도 장 초반 10%대 이상 급등세를 보였으나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했다.
니켈 가격은 이날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전 거래일보다 62% 폭등한 4만6850달러를 기록했다. 역사상 최고 상승폭이자 15년 내 최고치다. 현대비앤지스틸 등 이들 업체는 니켈을 원재료로 하는 스태인리스 냉연강판을 생산한다. 니켈값이 오르면 실적도 덩달아 상승하는 구조다.
러시아가 세계 수요의 약 10%를 공급해온 니켈은 스테인리스스틸(STS)과 전기차 배터리 등의 원료로 사용된다. 니켈 가격 급등은 미국 의회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결의안 초안을 통과시키며 시작됐다. 다른 러시아산 원자재 수출도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니켈 가격도 끌어올린 것이다.
3. 반도체주
반도체 업종으로 분류되는 종목들이 부진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연준의 금리 인상 불확실성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충돌 이슈 등 잇따른 악재로 조정기에 접어든 모양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되는 반도체 원료인 네온과 팔라듐, 반도체 핵심 공정에 필요한 특수가스에 대한 공급 우려가 커진 것이 투자 심리를 끌어내린 결정적 요인으로 평가된다.
국내 증시 대장주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0.86% 떨어진 6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도 1.26% 하락한 11만8000원에 마감했다. 전반적인 반도체 업종 동향을 나타내는 KRX반도체지수는 이날 1.31% 하락했다.
신영증권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면전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며 “공급 측면에서는 반도체 장비 리드타임이 증가하고 현재 충분한 안전 재고를 지닌 원재료마저 수급 차질이 발생해 반도체 생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하루 3분이면 충분한 여의도 산책. [3분 국내주식]은 동학 개미의 시선으로 국내 증권시장을 관찰합니다. 차트와 캔들이 알려주지 않는 상승과 하락의 원인을 추적하고, 하루 사이에 주목을 받은 종목들을 소개합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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