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현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2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삶과 행태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차악(次惡)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이낙연 후보의 공보단장을 맡았고, 이낙연 국무총리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다.
정 전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저는 그간 진보진영에서 활동해 왔던 사람으로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글을 시작했다.
이어 “그러나 이번에는 그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 후보의 삶과 행태도 동의하기 어렵거니와 민주당도 이제 더 이상 우리가 알았던 그 민주당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전 실장은 “이제 저는 다른 길을 가려고 한다. 윤 후보를 도우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양쪽을 다 잘 아는 지인의 주선으로 윤 후보를 만났다”며 “윤 후보로부터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고서 당혹스러웠지만 결국은 수락했다”고 말했다.
윤 후보를 향한 지지가 차악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전 실장은 “얼마 전에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제20대 한국 대선은 차악을 뽑는 선거’라고 지적했다”며 “제가 윤 후보를 돕기로 한 것은 바로 그 차악을 선택한 셈”이라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썩은 사과’ ‘괴물 대통령’ 등의 단어를 써 가며 이 후보를 비판했다.
정 전 실장은 “윤 후보를 두고 국정 경험이 부족하고 무식하다는 지적이 있는 걸 알지만, 윤 후보를 지지한다고 해서 그의 삶과 생각을 전부 다 공감하는 것도 아니다”며 “그러나 저는 대통령이 만물박사여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보다는 정직성, 투철한 공인의식, 리더로서의 자질 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를 겨냥해 “자기가 한 말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후보, 보통사람의 도덕성만도 못한 후보, 부끄러움을 모르는 후보가 아무리 좋은 공약을 쏟아낸들 그 약속은 믿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덜 익은 사과는 익혀서 먹을 수 있지만 썩은 사과는 먹을 수 없다. 혹자가 말했듯이 저는 예측 불가능한 ‘괴물 대통령’보다는 차라리 ‘식물 대통령’을 선택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정 전 실장은 “도덕성과 개혁성을 겸비한 진보 진영의 내로라하는 명망가들이 ‘전과 4범-패륜-대장동-거짓말’로 상징되는, 즉 지도자로서 치명적인 결함을 가진 이 후보를 지지하는 행태를 저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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