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 번식장’이라니 말만 들어도 섬뜩합니다. 더 기괴한 건 번식장 운영에도 트렌드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길에 다니는 아무 똥개나 잡아서 수컷, 암컷을 교배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죠. 마치 해외 명품브랜드 패션쇼처럼 해마다, 시즌마다 유행하는 품종을 집중적으로 번식시킵니다.
2020년 tvN ‘삼시 세끼’에 출연한 강아지 ‘산체’ 기억하시나요? 산체의 인기 때문에 한때 장모치와와 입양 문의가 펫숍에 빗발쳤습니다. 지난해 8월에는 JTBC ‘펫키지’에 출연한 가수 태연의 반려견 ‘제로’가 유명해지면서 실버토이푸들 수요가 급증했습니다.
빠르게 바뀌는 인기 품종, 그에 맞춰 전시되는 펫숍의 강아지들. 이 강아지들은 어디서, 어떻게, 사람들이 원하는 때에 맞춰 펫숍 유리창 안에서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우리를 쳐다보게 된 것일까요? 그 가슴 아픈 이야기를 ① 개 번식장 구조 동행기 ② 유기견 보호소로 ‘위장’하는 펫숍 ③ 벌금 ‘푼돈’ 취급하는 번식장 주인들, 세 편에 걸쳐 전합니다.
2020년 tvN ‘삼시 세끼’에 출연한 강아지 ‘산체’ 기억하시나요? 산체의 인기 때문에 한때 장모치와와 입양 문의가 펫숍에 빗발쳤습니다. 지난해 8월에는 JTBC ‘펫키지’에 출연한 가수 태연의 반려견 ‘제로’가 유명해지면서 실버토이푸들 수요가 급증했습니다.
빠르게 바뀌는 인기 품종, 그에 맞춰 전시되는 펫숍의 강아지들. 이 강아지들은 어디서, 어떻게, 사람들이 원하는 때에 맞춰 펫숍 유리창 안에서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우리를 쳐다보게 된 것일까요? 그 가슴 아픈 이야기를 ① 개 번식장 구조 동행기 ② 유기견 보호소로 ‘위장’하는 펫숍 ③ 벌금 ‘푼돈’ 취급하는 번식장 주인들, 세 편에 걸쳐 전합니다.
지난 2018년 1월, 칼바람이 불어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한겨울. 경기도 고양시의 한 재개발지역에 난데없이 푸들 20마리가 나타났습니다. 푸들 떼가 나타난 곳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곳으로 위험한 중장비가 쉴새 없이 지나다니고 있었습니다. 이곳은 개들이 먹을 것을 구할 수도, 잠잘 곳을 찾을 수도 없는 허허벌판이었습니다. 푸들 떼는 대체 무슨 연유로 이곳에 출몰했을까요?
늘어난 뱃가죽, 뒤틀린 젖꼭지…잦은 출산 후유증

푸들 떼에 놀란 시민들의 신고가 유기견 보호소와 동물권 단체에 빗발쳤고 그중 8마리가 구조됐습니다. 개들 모두 옴진드기로 인한 피부병을 심하게 앓아 온몸을 계속 긁었습니다. 특히 늘어진 뱃가죽과 퉁퉁 불어 뒤틀린 젖꼭지는 개들의 잦은 출산을 짐작케했습니다. 구조된 개 중 7마리는 암컷, 1마리는 수컷이었고 모두 중성화 수술은 돼 있지 않았습니다.이들은 ‘푸들 전용 번식장’에서 버려진 개들이었습니다.
구조된 암컷 중 2마리는 임신 중이었습니다. 2마리 중 ‘한라’의 출산이 좀 더 빨랐습니다. 하지만 열악한 영양 상태 때문인지 뱃속의 새끼 7마리 중 6마리가 죽은 채로 세상에 나왔습니다. 힘들게 살아남은 1마리는 다른 푸들의 젖을 물며 힘을 내는 듯했지만 며칠 뒤 형제들 곁을 따라갔습니다. 결국 한라가 잉태했던 7마리 새끼 모두 엄마의 품에 안겨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습니다.
김나연 동물행동권 단체 카라 활동가는 28일 “당시 푸들 떼는 소수의 수컷과 다수의 암컷으로 구성된 번식장에서 온 개들이었다. 이 개들은 타의에 의해 교미를 했는데 이는 인간에 의한 강간에 가깝다”며 “암컷들은 예쁜 품종 견을 생산하는 번식 기계로만 존재하고 새끼들은 제대로 된 영양 공급도 받지 못한 채 펫샵에 진열된다”고 말했습니다. 푸들 떼가 버려진 것과 관련해선 “출산능력이 저하되거나 옴진드기 등으로 피부병을 겪는 개들은 번식장에서 유기되거나 폐기된다”고 말했습니다.
“벤츠 타는 번식장 사장님, ‘벌금’ 우습죠”

그때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도 개 번식장은 여전히 성행하고 있습니다. 본지 기사(1월 29일, ‘현대판 잔혹동화’ 지금 개 번식장은 포메라니안 철)에서 다룬 바와 같이 지난 25일 경기도 남양주의 ‘포메라니안 전용 번식장’에서 구조된 개들 역시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잦은 임신과 출산을 반복했습니다. 건강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이빨은 절반 이상이 없었고 털은 전혀 관리가 되지 않은 채로 엉키거나 뭉쳐있었습니다.
김 활동가는 수년이 지나도 개 번식장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로 낮은 처벌 수준을 꼽았습니다. 불법 번식장 주인들은 최소 월 3000만원 이상 벌기 때문에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200만원의 벌금형이 내려져도 제재 효과가 전무하다는 설명입니다. 이들은 적발되면 바로 옆 동네로 이사한 뒤 다시 번식장을 운영합니다. 실제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징역형이 내려진 경우는 극히 드물고 대부분 집행유예에 그쳐 벌금만 내면 된다는 생각이 팽배합니다. 김 활동가는 “번식장 주인들은 대부분 최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닌다. 이런 사람들에게 벌금은 푼돈”이라고 말했습니다.
전진경 카라 대표도 불법 번식장 운영에 대한 처벌이나 불이익이 크지 않은 점을 문제로 꼽았습니다. 전 대표는 “과태료도 너무 적고 불법으로 운영해도 특별한 불이익이 없어 아무도 법에 따라 시설을 등록하고 허가를 받으려고 하지 않는다”면서 “처벌을 강하게 해서 처음부터 불법 번식장이 생기지 않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선제 점검이 이뤄지지 않아 사후적인 비용 발생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팀장은 “현장 점검에 대한 실효성이 매우 떨어진다. 현장 점검을 나갈 때 관련 업무 담당자는 사실상 많아야 두 명이다. 이마저도 번식업장으로 등록되고 허가받은 시설들만 점검하는 것이고 불법적으로 운영되는 곳은 아예 점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활동가들은 불법 번식장은 미리 점검해서 존재할 수 없게 해야 하는 것들인데 지자체가 사실상 이를 방치하고 이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를 바꾸려면 상시 점검은 물론 수시 점검이 필요하지만 지자체마다 이를 감시할 인력도 없고 불법 시설에 대해 행정조치를 내릴 동안 동물을 보호할 시설도 너무나 부족한 상황입니다.
선진국, 개‧고양이 펫숍 판매 금지…법으로 제재

개 번식장에서 일어나는 동물 학대를 막기 위해서는 펫숍에서 개‧고양이 등 반려동물 판매를 금지하는 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와 관련해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독일의 유기동물 보호소 티어하임(Tierheim)입니다. 티어하임은 ‘동물의 집’이라는 뜻으로 전 세계 최초의 동물단체인 ‘동물학대방지연합’이 1991년 베를린에 설립한 보호소입니다. 독일은 펫숍에서 개‧고양이 판매가 금지돼 있어 동물 입양을 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티어하임을 찾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19년부터 상업적 목적으로 동물을 번식하고 사육하는 펫숍에서 구조되지 않은 반려동물을 구매할 시 500달러(한화 약 6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큰 동물보호단체 중 하나인 ASPCA(미국 동물학대방지협회)는 과거부터 펫숍의 반려동물 판매를 반대하고, 동물권 침해 행위에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습니다. ASPCA를 포함해 미국 내 여러 동물보호단체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지난 2018년 반려동물 구매 금지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최근 프랑스도 2024년부터 펫숍의 반려동물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채 팀장은 “동물 복지적인 측면이나 다각적인 시각으로 봤을 때 펫숍의 반려동물 판매 금지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면서 “선진국도 관련 산업을 축소하려는 목적이 아니다. 오히려 동물 생산시설이 불법적으로 운영되는 구조에서 반려동물이 펫숍에 팔려가는 것에 대한 부작용이 훨씬 크기 때문에 많은 국가가 판매 금지 추세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강조하기 위해 ‘반려동물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단순히 귀엽고 예쁘다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반려동물을 입양한 뒤 유기하는 것을 막으려는 취지입니다. 현재 독일, 네덜란드, 미국, 싱가포르 등이 유기견 증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려동물세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불법 번식장 주인을 강하게 처벌하는 법, 펫숍의 반려동물 판매를 금지하는 법. 많은 법이 있으면 좋겠지만 항상 그 법들을 교묘히 피해 가는 사각지대는 존재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뜬장 안에서 임신과 출산의 반복이라는 끔찍한 학대를 당하고 있는 어미 개들이 있습니다. 법 제정을 위한 논의도 시작해야 하지만, 그보다 우리가 바꿔나가는 입양 문화가 더 빨리, 그리고 더 많은 동물들을 행복하게 만들지 않을까요?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14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