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이산(정조) 역으로 활약한 배우 이준호가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년간 군 복무를 마친 이준호는 ‘옷소매’로 순탄하게 복귀했다.
이번 작품에서 이준호는 한 여자를 절절히 사랑하는 남자, 그러면서 백성과 나라를 생각하는 정조의 모습으로 완벽히 분했다.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죽음을 평생 아픔으로 지니는 감정선까지 섬세히 표현하면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난 1일 ‘옷소매’는 시청률 17.4%를 기록하며 종영했다.
이준호는 4일 화상으로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를 갖고 “제가 예전에 KBS 드라마 ‘김과장’(2017년)에서 서율 역할을 했을 때도 (인생 캐릭터라는) 칭찬을 받았다”며 “즐거운 칭찬이다. 앞으로도 꾸준히 그 인물과 혼연일체가 되려고 노력하면서 좋은 인생 캐릭터를 경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드라마 초반부에 이산은 궁녀 성덕임(이세영)을 연모하면서도 그 감정을 직설적으로 전달하지 않는다. 특히 덕임을 향한 마음을 표현할 때 이산은 “네가 나에게 휘둘렸느냐, 내가 너에게 휘둘렸느냐”며 마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한다. 이는 시청자들이 가장 열광한 대사 중 하나였다. 이준호는 “이런 멋있는 대사를 어떻게 최대한 담백하게 (표현할지), 듣는 이로 하여금 기분 좋게 들릴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전했다.
그는 위엄 있으면서 맑고 바른 성품의 정조를 최대한 잘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애드리브도 최대한 자제했다고 한다. 이준호는 “정자세로 책을 읽고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을 계속 몸에 익히도록 노력했고 대사나 눈빛, 말투 등 사소한 디테일을 신경 썼다”며 “걸음걸이도 퍽퍽 걷는 게 아니라 사뿐사뿐 위엄 있게 걸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위엄이 있는 게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했다”고 말했다.
정조의 즉위식은 그에게 가장 벅찬 장면이었다. 이준호는 “상복을 입고 어도를 밟고 편전에 들어가 왕좌를 바라보기까지 한마디의 말도 없이 묵묵히 걸어가는데 이상하게 그 편전의 문을 열자마자 왕좌를 바라보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며 “드디어 이산이 정조가 돼가는 그 순간의 모습이 굉장히 묵직하게 다가왔다”고 회상했다.
정조가 과연 덕임의 마음을 알았을까 하는 의문에 대해 이준호는 “(이산도) 알았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답했다. 그는 “덕임이 산에게 ‘사랑한다’는 표현을 안 한 게 우리 드라마의 포인트”라며 “‘왕은 궁녀를 사랑했으나 궁녀는 왕을 사랑했을까’라는 드라마 캐치 프레이즈에도 마지막 순간까지 부합하면서 표현만으로도 덕임이 산을 사랑했다는 게 보였다”고 덧붙였다.
이준호에겐 아직 ‘옷소매’의 여운이 짙었다. 그는 “공백기를 거치면서 배우로서, 가수로서 보여주고자 하는 열망이 가득했는데 초반에는 마음만큼 연기가 따라주지 않았던 것 같다”며 “드라마를 한번 다시 보고, 아쉬운 부분들을 찾아볼 것”이라고 밝혔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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