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체육관광부는 12월 1~25일 ‘캐럴 활성화 캠페인’을 펼친다고 지난달 29일 발표했었다. 문체부가 기독교계와 함께 진행한 이 캠페인은 국민이 자주 가는 카페, 음식점, 마트 등에서 캐럴을 틀도록 권장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위해 문체부 산하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캐럴 22곡을 무상으로 제공했으며,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자들은 3만 명에게 캐럴 음원 이용권을 증정했다. 또 저작권료 납부 문제로 매장에서 캐럴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일부 지적을 고려해 문체부는 한국저작권위원회 등과 함께 상담 전화를 운영하기로 했다.
하지만 문체부의 캠페인에 대해 불교계는 “특정 종교의 선교를 위해 정부가 앞장서는 노골적 종교 편향 행위”라고 반발하며 캠페인 중단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문체부는 사과와 함께 내년부터는 이 같은 캠페인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종교적 갈등을 유발했지만, 캐럴의 기원은 종교와 관련이 없다. 중세시대 유럽의 수확축제에서 사람들이 춤추며 부르는 노래였던 캐럴이 점차 민중적인 성격의 크리스마스와 결합하면서 성탄절을 축하하는 의미를 담게 됐다. 당시 교회에서 엄격하고 딱딱한 형식의 성가만 불렀기 때문에 일반 민중 사이에선 흥겹고 쉬운 캐럴이 인기를 얻게 됐다. 이 때문에 엄격한 청교도 운동이 유럽을 휩쓸던 17세기에는 캐럴이 금지되기도 했었다.
우리나라에서 캐럴은 일제 강점기에 교회를 중심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1945년 해방 후 미군 주둔과 함께 다양한 캐럴이 소개되면서부터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게 됐다. 특히 1980~1990년대 많은 가수가 발표한 캐럴 음반이 히트를 했다. 당시에는 불법 복제 카세트테이프나 CD를 팔던 리어카는 물론이고 가게들이 손님을 끌어모으기 위해 대형 스피커를 밖에 내놓고 캐럴을 틀어대곤 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온라인 음악 서비스 활성화로 음반 시장이 몰락하면서 캐럴의 인기도 시들해졌다. 특히 2013년 저작권법 개정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매장에서 음악을 틀면 음악 사용료를 내게 된 것은 매장이 캐럴을 트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있다.

가게에서 저작권료 때문에 캐럴을 틀지 않게 되면서 연말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는 여론이 일자 문체부는 2015년 저작권단체연합회, 음악저작권 4단체와 함께 저작권 걱정 없이 거리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을 틀 수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나섰다. 기존에 저작권료를 성실히 내던 백화점 등 기존의 대형매장은 캐럴을 틀기 위해 별도의 추가 저작권료를 낼 필요가 없으며, 카페 등 중소형 영업장은 저작권료 납부 없이 캐럴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문체부가 캐럴 활성화 캠페인에 나선 것이 올해가 처음은 아니어서 2015년을 시작으로 매년 펼쳤다. 이와 함께 어떤 규모의 매장이든 저작권을 내지 않아도 되는 캐럴의 수를 2019년 14곡에서 올해 22곡으로 늘렸다.
하지만 캐럴이 연말에 울리지 않는 것은 저작권료 때문이 아니라는 지적도 문체부의 캐럴 활성화 캠페인과 함께 매년 나오고 있다. 우선 옥외에 확성기를 놓고 캐럴을 트는 것은 생활소음 규제에 걸린다. 그리고 외부까지 들리도록 문을 열고 실내에서 캐럴을 트는 것은 에너지 규제 정책 위반이 된다. 상인들의 경우 자칫 행정 처분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매장이 음악을 크게 트는 것은 손님을 안으로 끌어들여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인데, 캐럴이 손님을 유혹하는 역할을 못하기 때문에 매장에서 틀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국내 가요계에서 캐럴 신곡이 적을 뿐만 아니라 인기를 얻지 못하는 것도 이런 흐름을 방증한다. 또 캐럴의 인기가 떨어진 것은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1994년 발표된 머라이어 캐리의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등 극소수의 스테디셀러 명곡만 매년 줄기차게 흘러나온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