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면서 ‘니치 향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메이크업 대신 향수로 개성을 드러내고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즐기려는 이들이 많아지면서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명품 브랜드 립스틱으로 소확행을 즐겼다면, 마스크 시대에는 값비싼 향수가 립스틱을 대체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5일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니치향수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5000억원에 이를 정도다. 니치향수는 소수의 취향을 만족시켜주는 프리미엄 향수를 말한다. 천연 원료나 흔하지 않은 성분을 사용해 희소성이 높다. 조 말론, 딥티크, 바이레도, 산타 마리아 노벨라 등이 인기 니치향수 브랜드들이다.
지난 16~22일 신세계인터내셔날 온라인몰 에스아이빌리지(S.I.VILLAGE)에서 일주일 동안 2만병의 니치향수가 팔렸다. 이 기간 동안 뷰티 기획전이 진행됐는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653% 증가했다. 매출을 이끈 건 니치향수였다. 프랑스 니치 향수 브랜드 딥티크 매출은 816%, 바이레도는 763%, 산타 마리아 노벨라는 479% 급증했다. 이 덕에 에스아이빌리지 전체 매출 또한 전년 동기 대비 264% 신장했다.
홈쇼핑에서도 고가의 니치향수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CJ온스타일은 지난 6월부터 프랑스 니치향수 브랜드 ‘우비강’ 방송으로 실적을 올리고 있다. 100만원대 한정판 향수 ‘꿸끄플레르 엑스트레드빠르펭’는 완판 행렬에 동참했다.
김조연 CJ온스타일 e헬스뷰티 사업팀장은 “니치 향수는 일반 향수와 다르게 역사가 깊고, 독특한 향과 패키징 등으로 차별화돼 취향 쇼핑을 위한 상품으로 적합하다”며 “희귀하고 가치 있는 향수 상품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니치향수 인기는 이렇게 온라인에서 폭발적이라는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향수는 직접 향을 맡아보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온라인 판매 비중이 높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매장에서 시향이 어려워지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니치향수에 대한 정보가 많아지면서 온라인 채널에서 구매가 급증하고 있다.
니치향수는 개성 강한 향,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 고급스러운 향수병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취향존중’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기를 즐기는 MZ세대(1980~2000년대생) 소비자들을 특히 만족시키는 것으로 분석된다.
백화점 업계는 니치향수 매장을 유치하고 대규모 편집숍을 새로 오픈하며 트렌드에 대응하고 있다. 최근 백화점 업계 최초로 1층과 2층 사이에 중층 개념의 메자닌 공간을 도입한 신세계 강남점은 메자닌에 니치향수존을 마련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에는 지난 5월 대규모 니치향수존이 들어섰다.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에도 니치 향수 전문매장 ‘쟈뎅 드 프레그런스’가 지난해 문을 열였다.
효과는 올해 상반기 매출 실적으로도 확인된다.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주요 백화점의 향수 관련 매출이 30~60%가량 상승했다. 롯데백화점은 48%, 신세계백화점은 34.2%, 현대백화점은 63.8% 증가했다.
바이브컴퍼니의 빅데이트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가 2019년 7월부터 지난 7월 6일까지 2년 동안 니치향수 언급량을 살펴본 결과, 니치향수 인기는 지난해부터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만해도 관심도가 그다지 높지 않았으나 지난해 니치향수에 대한 언급량이 크게 늘었다. 올해 들어서는 연관어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
썸트렌드 관계자는 “패션 명품 브랜드가 이끌어 온 향수 시장에 개인들의 취향이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브랜드나 잔향, 노트, 향료 등 전문적인 영역으로 관심이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10만원대부터 100만원대에 이르는 고가의 제품이라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특별한 날 선물로 주고받기에 좋은 제품들로 꼽힌다. 니치향수 브랜드들이 카카오톡 선물하기 등에 입점하면서 ‘선물용’이라는 영역에도 자리 잡았다.
화장품 업계 한 관계자는 “니치향수를 쓴다는 것은 세련되고 센스 있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주기도 한다”며 “향도 향이지만 인스타그래머블한(인스타그램에 인증샷을 올리기에 적합하다는 표현) 아이템으로도 인기”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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