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6년 미국 대선 때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를 지원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미국 사회를 분열로 이끌어 러시아에 이익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는 것이다.
1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단독으로 입수한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 기밀문서에 푸틴 대통령이 2016년 1월 22일 정보기관장들과 회의에서 ‘트럼프 지원’을 지시했다는 내용이 있다고 보도했다. 회의에는 러시아군 총정찰국(GRU)을 책임지는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대외정보국(SVR) 연방보안국(FSB) 등 정보기관 수장이 참석했다. 이들은 트럼프의 당선이 미국의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고 미국 대통령의 협상 위치를 약화시켜 러시아의 전략적 목표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열등감에 시달리고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인간”, 미국 분열 가져올 것
‘NO 32-04 / vd’라는 제목의 이 문서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장 유망한 후보’라는 내용과 함께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짧은 심리적 평가가 담겨있다. 이 문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열등감에 시달리는, 충동적이며 정신적으로 불안정하고 평정을 잃은 인간’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격을 묘사한 부분은 러시아 첩보기관 분석의 특징이라고 가디언은 설명했다.문서는 공화당의 승리로 러시아가 큰 이익을 볼 것으로 예측했다. 문서는 “트럼프의 승리는 분명 미국 사회와 정치 체제를 불안정하게 할 것”이라며 “숨겨진 불만이 공공연하게 터져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미국에 ‘사회적 폭발’을 일으켜 결국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지가 약해진다는 분석이다. 이를 통해 백악관의 협상력을 약화시키고 푸틴 대통령이 미‧러 양자 관계에서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게 되며, 러시아가 과감한 외교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 트럼프 약점 잡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스크바를 비공식적으로 방문했을 때 ‘특정한 사건들’로 인해 약점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문서는 이를 콤프로마트(kompromat) 덫에 걸렸다고 표현했는데, 콤프로마트는 공인을 무너뜨리기 위해 약점이 될 정보를 잡아 나중에 협박하는 공작을 뜻한다. 도청, 몰래카메라 등을 통해 유명인들의 성비위를 포착하고 협박을 가하는 수법이 대표적이다.과거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3년 미스 유니버스대회를 참관하기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 호텔에서 다수의 여성과 광란의 음란파티를 벌였다는 정보가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가디언은 이와 관련 구체적인 내용이 ‘부록’에 있으나 실제 어떤 내용인지는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비밀 조직 결성해 체계적으로 트럼프 지원
푸틴 대통령은 정보기관 수장들과 회의 후 ‘비밀 범부처 위원회’ 신설을 지시했다. 쇼이구 장관이 위원장으로 지명됐고 정보기관장들도 위원이 됐다. 쇼이구 장관은 업무 조율과 정보수집을 맡았으며, SVR은 위원회 활동을 위한 추가 정보수집, FSB는 방첩을 담당했다. 특히, SVR은 민감한 미국의 사이버 타겟을 해킹하는 명령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문서에는 미국인들에게 ‘미디어 바이러스’를 퍼뜨릴 방법도 명시돼 있었다. 이를 통해 미국인들의 집단의식을 변화시키려 한 것이다. 이는 미국 정치인들을 약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도 거론됐다.
가디언은 “푸틴 대통령과 정보기관장들이 자국을 스스로 방어한다는 명목으로 여러 기관을 동원해 미국 민주주의에 개입하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입수한 문서들은 2016년 실제 벌어진 일들의 노선도로 관측된다”며 회의가 끝나고 몇 주 뒤 GRU 해커들이 미국 민주당전국위원회(DNC)를 해킹했고 당시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곤란하게 한 이메일들이 유출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가디언은 전문가들이 검증한 결과 입수한 문건이 진짜로 보인다는 판정이 나왔으며 서구 정보기관들도 이 문서의 존재를 알고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사자는 모르쇠로 반응
크렘린궁은 해당 보도에 대해 대응 가치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원했다는 의혹에 대해 가디언에 “싸구려 소설”이라고 밝혔다.트럼프 전 대통령도 “완전한 허구”라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당초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던 그는 이후 리즈 해링턴 대변인을 통해 “역겹다. 가짜뉴스다. 급진좌파 미치광이들이 우파를 비하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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