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지난해 7월부터 세종시 소재 한 상가에서 자영업을 시작했다. 초기 창업비용이 그리 많이 들지는 않았다고 한다. 당시에는 오히려 상가 임대료가 골칫거리였다고 설명했다. 공실이 넘쳐나기 때문에 저렴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세종시 상가 시세가 수도권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A씨는 “2년여 정도 공실이던 40㎡ 규모 상가를 월세 100만원에 계약했다”며 “공실이 많다고는 해도 월세 100만원 미만 상가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A씨의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일단 세종시 상가 공실이 많다는 점은 사실이다. 1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세종시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8.3%에 달한다. 울산시(20.4%)와 경북도(18.9%)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A씨가 임대한 곳과 같은 소형 상가 공실률(10.9%) 역시 전북도(11.1%)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다만 월세 100만원 미만 상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세종청사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의 경우 90만원선에 거래되는 곳도 찾아볼 수 있다. 그렇더라도 공실률에 비해 월세 수준이 높다는 점만큼은 부인하기 힘들다.
비단 세종시만의 현상은 아니다. 코로나19 피해로 상가 공실률이 높아지는 데도 임대료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상권이 밀집한 서울시 사례가 대표적이다. 서울시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1분기 7.9%에서 꾸준히 증가해 올해 1분기에는 8.9%를 기록했다. 영세 사업자가 몰려 있는 소형 상가는 상황이 더 나쁘다. 지난해 1분기에는 4.0%에 그치더니 올해 1분기에는 6.5%로 62.5% 증가했다. 임대료도 반비례해 떨어지기는 했다. 다만 인하폭이 그리 크지 않은 게 흠이다. 소형 상가의 경우 지난해 1분기 기준 ㎡ 당 평균 5만1400원이던 월세는 올해 1분기에 4만9800원으로 1600원 떨어지는 데 그쳤다.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단 상가의 경우 공실이더라도 세금 부담이 적다. 상가 보유 시 내는 세금은 지방세인 재산세 정도다. 세율은 0.25%에 불과하다. 과세표준 상 10억원인 상가를 보유했다면 매년 250만원 정도의 재산세만 부담하면 되는 것이다. 같은 가격이라도 높은 세율의 재산세에 종합부동산세까지 내야 하는 아파트와 부담 수준이 다르다. 상가도 종부세 적용을 받기는 하지만 공제금액이 120억원인 데다가 ‘상가 토지’에 대해서만 종부세가 적용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일반적인 상가라면 사실상 종부세 부담은 없다고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발효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한 번 임차인을 들이면 10년까지는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계약갱신 시 올릴 수 있는 임대료 상한요율도 9%에서 5%로 낮췄다. 이는 저렴한 가격에 임대했다가 수익이 나지 않을 바에야 공실이더라도 높은 금액에 임대하는 게 낫다는 인식을 형성하는 요인이 됐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후 전세 가격을 최대한 올려 받으려는 집주인들의 행태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꺼내든 ‘착한 임대인 세액공제’ 카드가 잘 작동하지 않을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착한 임대인 세액공제란 임차인의 임대료를 깎아 줄 경우 그만큼 세금을 감면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그런데 조금이라도 높은 가격에 임대하고 싶은 임대인들의 심리를 감안하면 굳이 혜택을 바라고 깎아 줄 리가 만무하다는 것이다. 참여율이 높지 않을 거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5~6월 종합소득세 신고를 마친 후에나 참여율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8~9월은 돼야 집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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