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한 두 살 여아를 학대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뜨린 양부가 지난달 첫 학대를 시작으로 점점 폭행 강도를 높여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양모는 남편의 학대 사실을 알고도 이를 외부에 알리거나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17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중상해 등 혐의로 30대 남성 A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A씨의 아내는 방임 혐의로 불구속 송치됐다.
경기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 입감 중이던 A씨는 이날 청사를 나서며 “학대를 인정하나”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나” 등의 취재진 질문에 “미안하고 죄송하다”라고 답한 채 호송차에 올랐다.
A씨는 지난 8일 오전 11시쯤 입양한 B양(2)의 얼굴, 머리 등을 손과 나무 재질 구둣주걱 등으로 때려 의식을 잃게 한 혐의를 받는다. B양은 같은 날 오후 5시쯤 A씨의 자택인 경기 화성시 인근의 한 병원에 의식불명 상태로 실려 갔다가 인천 길병원으로 이송됐다.
당시 의료진은 뇌출혈과 함께 B양의 신체 곳곳에서 발생 시기가 다른 것으로 추정되는 멍이 확인되자 경찰에 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B양은 뇌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지만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씨의 학대는 지난달 중순을 시작으로 지난 8일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처음에는 나무 재질의 등긁개로 손바닥과 발바닥을 때리는 정도였으나 지난 4일, 6일, 8일에는 허벅지와 엉덩이 등을 거쳐 얼굴에 직접 손찌검을 하는 정도의 폭행을 가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의자에 올라가지 말라고 했는데 자꾸 올라가고 울지 말라고 했는데 계속 우는 등 말을 듣지 않아서 폭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B양에 대한 폭행이 집 안방에서만 이뤄진 탓에 A씨 부부의 친자녀 4명은 학대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아내 C씨는 B양을 씻기는 과정에서 멍 자국을 발견하고 A씨를 말리기까지 했지만, 이를 외부에 알리거나 B양을 병원에 데려가는 등의 양육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
A씨 부부는 B양이 쓰러진 당일에도 뒤늦게 상태를 인지하고 폭행한 지 6시간이 지나서야 B양을 병원으로 옮겼다. A씨는 “폭행 이후 아이가 잠이 든 줄 알고 의식 없는 아이를 안고 인근 처가댁에도 1시간가량 다녀왔다”며 “이후 잠든 줄 알았던 아이가 앓는 소리를 내는 등 이상 증상을 보여 병원으로 데려갔다”고 진술했다.
친자녀 4명 중 3명도 A씨로부터 폭행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지난 3월 초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초등학생 자녀 3명의 발바닥을 등긁개로 한 차례씩 때린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B양을 입양한 이유에 대해 “2019년에 아내와 함께 보육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그곳에 있던 아이(B양)를 처음 만났는데 이후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서 입양기관을 거쳐 아이를 키우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정신병력을 앓았거나 사건 당시 음주 상태인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며 “B양의 치료 경과를 지켜보며 아동보호기관과 협력해 의료비를 지원하고 친자녀 등에 대한 면담과 구호 조치 등을 철저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입양아 학대 의식불명 상태 빠뜨린 양부 구속 송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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