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다음 달 하순 미국 워싱턴에서 첫 한·미 정상회담을 하게 될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을 향해 북한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해 실제적이고 불가역적 진전을 이룬 역사적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며 적극적으로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21일 보도된 미국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하루 빨리 북·미 양국이 마주 앉는 것이 (비핵화) 문제 해결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외교적 진전이 2년 동안 멈췄고 심지어 후퇴한 지금,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에 시동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인터뷰는 지난 1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1시간가량 이뤄졌으며, 정상회담 전 상대국 언론과 사전 인터뷰를 진행하는 관례를 따랐다.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북정책과 관련해선 “변죽만 울렸을 뿐 완전한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정부가 거둔 성과의 토대 위에서 더욱 진전시켜 나간다면 그 결실을 바이든 정부가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실패를 토대로 북·미가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 나간다면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과 미국이 양보와 보상을 동시에 주고받으며 점진적·단계적으로 비핵화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관건은 서로 신뢰할 수 있는 로드맵을 고안해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바이든 행정부가 ‘싱가포르 합의’를 포함해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외교 정책과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는 것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폭넓은 목표를 정해놓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2018년 싱가포르 합의를 폐기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발표를 앞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트럼프 지우기식’으로 나와서는 안된다고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NYT는 “다음 달 워싱턴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날 예정인 문 대통령은 다시 한번 북·미 사이의 중재자 역할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 문제 등 현안에 대해 미국과 중국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 북한이 그런 갈등을 유리하게 활용하거나 이용하려고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