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9일 미국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 시대가 출범해도 변함없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특히 남북 관계에서 새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기대를 내비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새로운 행정부를 준비하는 바이든 당선인과 주요 인사들과도 다방면으로 소통해 나가겠다”며 “우리 정부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차기 정부와 함께 그동안 축적된 성과와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날을 교훈 삼으면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정착에 더 큰 진전을 이룰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정상끼리 적극적인 담판에 나섰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하더라도 북·미 관계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인식을 드러낸 셈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에서도 “새로운 기회와 해법”을 기대한다며 “우리는 한반도 생명·안전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것과 함께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현재 추진 중인 ‘그린 뉴딜’ 정책과 바이든 당선인의 ‘탄소중립’ 정책이 일치한다며 경제 분야에서 협력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처음으로 바이든 ‘당선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의 당선을 우리 국민과 함께 축하한다”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이 미국을 통합시키고, 성공하는 정부를 이끌어 나가길 기원한다”고 했다.
이어 “둘도 없는 우방국이자 든든한 동맹국으로서 우리 정부는 미국 국민의 선택을 절대적으로 존중하고 지지할 것”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개표 불복 움직임을 보이지만,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기정사실로 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미 간 현안도 트럼프 정부 임기 안에 해야 할 일은 미루지 않고, 최대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갖췄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정세 전환기를 남북의 시간으로 만들어 가기를 희망한다”며 “남북이 먼저 대화의 물꼬를 트고 신뢰를 만든다면 계속해서 이어질 더 좋은 정세의 흐름을 함께 주도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 외교장관회담 참석차 방미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8일(현지시간) 워싱턴DC 6·25전쟁 참전 기념공원을 찾아 헌화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그때(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로 돌아간다는 건 아닐 것 같다”고 말했다.
임성수 이상헌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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