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격투기 단체 UFC 페더급(-66㎏) 랭킹 4위인 ‘코리안 좀비’ 정찬성(33·AOMG)이 랭킹 2위 브라이언 오르테가(29·미국)와의 한 판 승부를 앞두고 승리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찬성은 31일 오르테가전을 대비한 국내 훈련을 진행하기 위해 꾸린 ‘드림팀’과 본격적인 일정에 돌입하기 직전 가진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오르테가를 잡겠다는 생각으로 디테일한 전략들을 준비했다”며 “쉽게 얘기하면, (잡기보다) 때리겠다”고 말했다. 정찬성은 오는 10월 18일(한국시간) 열릴 UFC 파이트 나이트 메인이벤트에서 오르테가와 5라운드 경기를 펼칠 예정이다.
이번 경기는 옥타곤 밖에서 벌어진 두 선수 간 갈등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12월 UFC부산에서 성사될 예정이었던 두 선수의 경기가 오르테가의 십자인대 부상으로 취소된 게 계기였다. 정찬성은 지난 2월 미국 현지 인터뷰에서 소속사 대표인 가수 박재범(33)의 통역을 통해 “오르테가가 날 피해 도망갔다”고 말하며 도발했고, 이에 격분한 오르테가는 한 달 뒤 UFC248 현장에서 정찬성이 자리를 비운 사이 박재범의 뺨을 때렸다.
정찬성이 “격투기 랭커가 민간인을 때린 건 비겁한 일”이라며 공식 입장을 내놓은 뒤 오르테가가 사과하며 사건은 마무리됐지만, 앙금이 남은 양측의 설전은 계속됐다. 하지만 정찬성은 경기에선 감정을 배제하고 냉정하게 싸운단 각오다. 정찬성은 “인간적으로 오르테가를 좋아하지 않지만 복수심을 갖고 싸우는 게 경기력에 전혀 도움 되지 않는다”며 “옥타곤 안에선 세계랭킹 2위를 상대한다고만 생각하겠다. 박재범도 (자신이 맞은 걸) 잊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정찬성은 2018년 10월 맞붙은 야이르 로드리게스(28·멕시코)전에서 경기 종료 1초를 남기고 KO패를 당한 뒤 전 UFC 라이트급 챔피언 벤슨 헨더슨을 키운 재미교포 에디 차(40) 타격 코치와 현 플라이급·밴텀급 챔피언 헨리 세후도의 스승 에릭 알바라신(38) 레슬링 코치의 지도를 받고 있다. 발전을 위해선 해외 코치진과의 전문적 훈련이 필요하단 판단에서다. 정찬성만을 ‘맞춤형’으로 지도하며 숙식까지 챙기는 과학적인 관리 덕에 정찬성은 헤나토 모이카노(31·7위)와 프랭키 에드가(39·현 밴터급 5위)를 각각 1라운드 KO로 잡고 반등에 성공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탓에 해외 훈련이 불가능한 상황. 오르테가전 필승을 위해 정찬성은 차 코치 등 ‘드림팀’을 한국으로 초청해 마지막 담금질을 시작한다. 차 코치는 정찬성과 함께 게임 플랜을 가다듬고, 주짓수 블랙벨트 소유자인 UFC 페더급 파이터 바비 모펫, 일본에서 활약하는 타격가 조니 케이스 등이 스파링 파트너로 실전 연습에 도움을 준다. 알바라신 코치도 현지에서 오르테가 맞춤형 레슬링 기술을 조언한다. 에드가전에서 안와골절 부상을 입고 지난 2월 눈 수술을 받은 정찬성은 최근 1달 반 이상 스파링까지 진행할 정도로 빠르게 컨디션을 회복한 상태다.
차 코치는 “정찬성은 훌륭한 스킬과 투지 등 챔피언이 될 자질을 갖춘 선수”라며 “오르테가는 1년 8개월이나 경기를 쉬어 링 러스트(긴 공백으로 인한 실전감각 저하)가 있을 것이고, 새로운 체육관에 들어가 타이밍에 문제를 노출할 거라 예상한다”고 정찬성의 승리를 장담했다.
정찬성은 오르테가전 승리를 거둘 경우 바로 페더급 챔피언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32·호주)와 타이틀 매치를 가질 수 있다. 2013년 당시 챔피언 조제 알도(34·현 밴텀급 6위)와 아시아인 최초로 가진 타이틀 매치에서 선전을 펼치고도 어깨 탈골로 패배한 아쉬움을 씻어낼 기회를 얻게 되는 것. 정찬성은 “오르테가와 내가 잘하는 부분을 모두 생각하며 준비하겠다. 부상 없이 판정에서 이기는 걸 가장 원한다”며 “챔피언이 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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