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역학 조사과정에서 일부 동선을 숨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고의로 동선을 숨긴 것이 아니라 일부 동선을 기억 못 한 것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여서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1단독 오승준 판사는 13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56)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 3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보건당국의 역학조사에서 동선을 밝히면서 아파트 동대표 회의 참석과 아파트 내 피트니스센터 이용 사실을 밝히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원주시는 이로 인해 초기 방역 차단 시기를 놓쳐 지역사회 내 코로나19가 확산했다며 A씨를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A씨 측은 재판에서 “코로나19 감염 판정을 받고 공황 상태에 빠져 있어서 기억하지 못한 것이지 고의로 감춘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역학조사를 받을 당시 가족들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상당히 불안정한 상태였고, 육체적·정신적으로 힘들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전화로 지난 2주일간의 동선을 모두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다고 쉽사리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빠트린 동선은 정기적인 활동이 아니고, 신용카드 사용 기록을 보고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면서 “또 이 동선이 주거지 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역학조사 당시 외부동선으로 떠올리기 쉽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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