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북한에 격리돼 있던 외교관 수십 명이 마침내 평양을 떠났다고 주요 외신들이 9일 보도했다.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국경을 봉쇄했던 북한은 외국인 이송을 위한 특별항공편을 띄웠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북한 고려항공 여객기(KOR271)는 이날 평양을 출발해 오전 10시50분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다. 북한 전문매체 NK데일리는 “한 달 만에 북한을 떠난 첫 여객기”라고 설명했다. 고려항공 여객기는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뒤 곧바로 평양으로 돌아갔다.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평양 주재 외국인들의 이송 소식을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전하며 “평양 내 업무를 일시적으로 중단한 독일 프랑스 스위스 외교대표부 직원들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본국에서 코로나19 방역 기간을 보내려는 폴란드 루마니아 몽골 이집트 등의 외교관과 그 가족, 평양 주재 기간이 끝난 러시아 대사관 직원과 그들의 가족도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대사관에 따르면 이날 고려항공편으로 블라디보스토크에 온 외국인은 80명이다.
이들은 블라디보스토크행 비행기에 타기 전 방호복을 입은 북한 당국자들로부터 발열 검사를 받았다. 아이들을 동반한 외국인 수십 명이 탑승 수속을 밟기 위해 길게 줄을 선 모습도 영국 가디언에 포착됐다.
북한은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지난달 국경을 봉쇄하고 국제 운송통로를 차단했다. 이에 따라 평양에 체류하던 외교관과 대사관 직원, 무역업 종사자 등 380여명이 한 달가량 자택에서 격리생활을 했다. 북한은 지난 2일 격리조치를 해제했지만 외국인들은 여전히 시내 호텔과 상점 등을 방문할 수 없고 현지인들과의 교류가 제한돼 있다고 NK데일리는 전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앞서 “엄밀한 의학적 격리·관찰을 받고 있던 외국인 380여명 중 221명을 격리 해제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에는 영국 독일 러시아 스웨덴 폴란드 체코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 8개 유럽국가를 포함해 20여개국 대사관이 있다. 북한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강도 높은 방역 조치를 실시하면서 독일 대사관과 프랑스 협력사무소 등이 임시 폐쇄된 상태다.
북한은 공식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해외에서 온 입국자와 그들과 접촉한 사람들을 위험대상으로 지정해 엄격하게 격리해 왔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해당 지역과 단위들에서 지시문에 지적된 절차와 규범대로 격리 해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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