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대화 진전 없어 ‘할 말 없었다’는 분석
북한에 유화적 제스처도 힘들고…‘전략적 무시’ 주장도
트럼프 “동맹국들이 공평한 몫 지불” 방위비 문제 거론
“‘위대한 미국의 귀환' 시작했다”…대선 의식해 자화자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미 의회 하원에서 진행한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동맹국들을 향한 방위비 분담 문제는 빼놓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부 정책의 청사진을 밝히는 국정연설에서 북한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것은 취임 이후 3번의 국정연설에서 올해가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국정연설에서 이란과 IS(이슬람국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베네수엘라, 쿠바 등 대외 현안을 언급했다. 그러나 북한이라는 단어는 한 번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북한을 짧게라도 언급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으나 연설에서 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건너 뛴 것은 북·미 물밑대화에 아무런 진전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거론할 수 있는 형편이 못 됐다는 설명이다.
또 북한을 협상 무대를 이끌기 위해 유화적인 스탠스를 취했다가 북한에 잘못된 기대감을 심어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에 저자세를 취한다는 미국 내의 비판 여론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북한에 대해 ‘전략적 무시’를 취했다는 해석도 있다.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 진전에 목을 매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는 것이다. 올해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북한 문제가 후순위로 밀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도 사실상 거론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한국을 한 번 언급했지만, 현안과는 무관한 내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국정연설의 특별 손님으로 초대된 100세의 흑인 최초 전투기 조종사 찰스 맥기를 소개하면서 “그가 한국과 베트남에서 미국을 위해 일했다”고 말했을 뿐이다.
앞선 두 번의 국정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상황에 따라 북한을 압박하기도 했고, 북·미 대화에 적극적인 스탠스를 취하기도 했다. 북·미가 대화 무드로 전환하기 직전이었던 2018년 1월 30일 국정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무모한 핵무기 추구가 우리의 본토를 위협할 수 있다”면서 ‘최고의 압박’ 기조를 이어갔다. 탈북자 지성호씨를 국정연설의 특별 손님으로 깜짝 초청해 북한 인권 문제를 정면 겨냥했다.
그러나 2019년 2월 5일 국정연설에서는 “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2월 27∼28일 베트남에서 다시 만날 것”이라며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공식 발표했다. 또 “대담한 새로운 외교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역사적 추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마침내 동맹국들이 그들의 공평한 몫을 지불하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동맹국들을 향해 방위비의 공평한 분담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다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로부터 4000억 달러 이상의 분담금을 걷었고, 최소한의 의무를 충족시키는 동맹국의 수는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국정연설에서도 방위비 압력을 가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1월 미 대선을 의식해 선거 유세하듯 자신의 치적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취임 이후인) 3년 전 우리는 ‘위대한 미국의 귀환'을 시작했다”면서 “경제는 역대 최고”라고 자화자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는 결코 사회주의가 미국의 의료보험을 파괴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 민주당 일부 대선 후보들이 내건 전국민 의료보험 공약인 ‘메디케어 포 올’을 사회주의적 발상으로 몰아세운 것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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