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퍼 국방장관, 12일 “구체적인 증거 하나도 보지 못해”
에스퍼, 트럼프 감싸면서도 “트럼프, 구체적인 증거 인용한 것 아냐”
에스퍼 “이란과 전제조건 없이 논의할 용의”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12일(현지시간) 이란이 미국대사관 4곳을 공격할 것이라는 주장과 관련해 “구체적인 증거를 하나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이란 군부지도자 가셈 솔레이마니가 사망하기 전, 이란이 미국대사관 4곳에 대한 공격을 계획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주장을 펼친 것은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였다.
하지만 에스퍼 장관은 12일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감싸면서도 다른 주장을 펼쳤다.
에스퍼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것은 아마도 미국대사관들에 대한 추가적인 공격이 이뤄질 수도 있었다는 것”이라며 “나는 그런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를 공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에스퍼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미국대사관 4곳 공격 계획을 주장한 것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증거를 인용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에스퍼 장관은 사회자의 질문이 계속되자 “나는 미국대사관 4곳 (공격설)과 관련해 (구체적인 증거를) 하나도 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에스퍼 장관은 CNN방송과의 인터뷰선 조금 다른 뉘앙스의 말을 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복수의 미국대사관에 대한 광범위한 공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정교한 정보(exquisite intelligence)’를 입수했다”고 말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위협은 임박했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정교한 정보’를 갖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에스퍼 장관과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정교한 정보’라는 같은 단어를 썼다. 그러나 로이터통신은 오브라이언 보좌관이 미국대사관 4곳이 공격 대상이 됐다는 주장과 관련해선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한편 에스퍼 장관은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란과 전제조건 없이 앉아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란이 가하는) 더 이상의 공격은 예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란의 추가 도발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에스퍼 장관은 이란의 반정부 시위와 관련해 “이란 국민이 일어나서 그들의 권리와 더 나은 정부, 다른 정권을 향한 열망을 주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면서 이란 내부 갈등을 부각시켰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이란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경제제재를 옹호하면서 보다 강경한 주장을 펼쳤다. 그는 폭스뉴스에 “(이란에 대한) 최대압박 작전은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란은 질식당하고 있고 (협상) 테이블로 나오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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