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을 20일 소환 조사했다. 세 번째 소환 조사다. 송 부시장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첩보를 청와대에 처음 제보한 인물이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울산지검에 검찰과 수사관을 파견해 송 부시장을 상대로 송철호 울산시장 선거공약 수립과 이행 과정 등을 12시간가량 조사했다. 송 부시장은 이날 하루 연가를 내고 오전 9시쯤 변호사와 함께 울산지검으로 출석했다. 송 부시장은 오후 9시20분쯤 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다. 취재진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검찰은 송 부시장을 상대로 지난해 6·13 지방선거 과정에서 청와대의 도움을 받았는지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시장 측이 김 전 시장이 추진하던 산업재해 모(母) 병원 건립사업에 대한 정부의 예비타당성(예타) 결과를 미리 인지했는지 여부가 핵심이다.
송 시장은 지방선거 기간 공공병원 유치, 김 전 시장은 산재에 특화된 모병원 설립을 각각 공약으로 내세웠다. 김 전 시장이 추진하던 산재 모 병원은 지방선거를 16일 앞둔 지난해 5월 28일 정부 예타에서 불합격됐다. 정부가 선거 직전 김 전 시장 공약을 무산시킨 셈이다.
송 시장 공약인 공공병원 건립은 당선 뒤 정부의 예타 면제 사업으로 선정됐다. 이름이 바뀌고 규모가 줄어든 상태로 지난 1월 산재전문 공공병원으로 사업에 선정된 것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와 여권이 김 전 시장 공약 사업에 불이익을 주려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검찰은 이 같은 의혹을 뒷받침 할만한 단서도 확보했다. 검찰이 확보한 송 부시장 업무수첩에는 지난해 지방선거를 8개월가량 앞둔 2017년 10월 10일 김기현 당시 시장이 추진하던 산재 모병원이 좌초되면 좋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송 부시장이 시장 출마를 염두에 뒀던 송철호 당시 변호사(현 울산시장)와 함께 청와대 관계자를 만나 공약 관련 내용을 논의한 정황도 수첩에 담겨 있다고 한다.
검찰은 이날 송 부시장 소환과 함께 정부세종청사 내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국 타당성심사과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을 압수수색해 정부의 예타 조사 관련 업무자료와 PC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김 전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지방선거 후보 마감 직후 산재 모병원 예타가 탈락됐다”며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예비타당성조사(예타)와 관련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송 부시장 진술과 수첩 내용 및 압수한 기재부·한국개발연구원 자료를 바탕으로 예타 관련 의혹을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송 부시장을 상대로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당내 공천에서 배제되는 과정에 대해서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 부시장은 지난 17일에도 정상 출근한 뒤 오전에 돌연 연가를 내고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지난 6일과 7일 이틀 연속 조사를 받기도 했다.
검찰은 전날부터 울산시 공무원들도 불러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된 울산지방경찰청 경찰관도 이틀째 불러 김 전 시장 측근 비리 의혹 수사 과정을 살펴 보고 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