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 관계였던 쿠르드족과 시리아 정부가 손을 잡으면서 터키군의 공격으로 촉발된 전투가 복잡한 양상으로 확전될 전망이다.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모한 선택이 이 지역을 전쟁터로 만든 것이다. 미 행정부 고위 관료는 워싱턴포스트(WP)에 “완전한 카오스(혼돈)”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공격을 확대하는 터키군과 반격을 모색하는 쿠르드족 사이에 끼어 있어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이유로 북부 시리아 주둔하는 미군 1000여명을 철수키로 결정했다. 시리아 주둔 미군의 대다수가 북부에 주둔해 사실상 이번 철수가 모든 미군이 시리아에서 빠지는 것을 의미한다. 미군의 공백은 이 지역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러시아의 움직임도 변수다.
시리아 북동부의 쿠르드 당국과 시리아 정부는 시리아 정부군의 참전에 합의했다. 러시아가 이번 합의의 중재자 역할을 했다고 WP는 보도했다.
쿠르드 당국은 “터키군이 용병과 함께 침략한 지역을 해방시키기 위해 시리아 정부군이 터키·시리아 국경에 따라 배치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리아 정부도 “시리아군이 터키와 싸우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전했다.
쿠르드족과 시리아 정부군이 힘을 모으면서 터키군의 쿠르드족 격퇴 작전은 난관에 직면했다. 터키 정부는 지난 9일 ‘평화의 샘’이라는 작전명으로 쿠르드족이 장악하고 있는 시리아 북부 지역에 대한 침공을 시작했다. 터키군은 대규모 공습과 포격으로 개전 초기 기선을 제압했으나 시리아군의 참전으로 전황은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 빠졌다. 쿠르드족 민병대인 ‘시리아민주군’(SDF)으로선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미국은 시리아 북부 지역에 주둔하고 있던 1000여명의 미군에 대한 철수를 결정했다.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은 이날 CBS방송에 출연해 “가능한 한 안전하고 빠르게 미군 철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전날 밤 상의했으며 국가안보팀과 논의 뒤에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북부 지역에서의 신중한 미군 철수를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군은 진군하는 두 군대(터키군과 쿠르드족) 사이에 끼여 있으며 이는 방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에스퍼 장관은 또 “우리는 지난 24시간 동안 우리는 터키가 원래 계획한 것보다 더 남쪽과 서쪽으로 공격할 의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미군 철수 결정이 긴박하게 이뤄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한 것이다.
그는 이어 “우리는 또 지난 24시간 동안 시리아민주군이 북부에서 터키를 반격하기 위해 시리아·러시아와 거래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에스퍼 장관이 언급한 이 물밑합의가 성과를 거둬 시리아 정부군 참전을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미군 일부는 이미 주둔지역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철수하는 미군이 전부 미국으로 돌아올지, 다른 지역에 배치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특히 터키군이 시리아민주군이 장악하고 있던 서쪽 지역의 미군 보급로를 끊은 것도 철수 결정에 원인이 됐다고 WP는 보도했다. 다만, 터키 정부는 미국 측에 터키군이 공격을 확대할 것이라는 사실을 전했다.
시리아군의 참전과 미군 철수로 이 지역 전황이 더욱 복잡해지면서 미군 철수 결정을 내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여론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된다. CBS방송은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서 미국을 도운 쿠르드족을 배신한 처사라는 비난은 계속되고 있으며 극도로 불안한 정세가 IS 재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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