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토막 살인’ 사건의 피의자 A씨(39·모텔 종업원)가 “(피해자가) 먼저 시비를 걸고 주먹으로 먼저 쳤고 반말을 했다”고 말했다. 그게 한 사람을 토막내 살해한 이유라는 것이다.
A씨는 18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서 오후 4시에 열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자세하게 말씀 못 드리는데 제가 다른 데로(모텔) 가라고 했는데도…”라며 이같이 말했다. 검은색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착용한 A씨는 억울다는 듯 큰 목소리로 항변했다. “피해자에게 미안한 마음 없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고양경찰서는 전날 살인 및 사체손괴, 사체유기 혐의로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지난 8일 서울 구로구의 한 모텔에서 B씨(32)를 둔기로 살해해 모텔 방에 방치한 뒤 시신을 여러 부위로 훼손해 12일 새벽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한강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피해자 B씨 시신 일부인 몸통 부위가 한강에서 처음 발견된 지 닷새 만인 지난 17일 오전 1시쯤 경찰에 범행을 자수했다. 앞서 경찰 조사에서 이미 A씨는 “(피해자가) 숙박비도 안 주려고 하고 반말을 하며 기분 나쁘게 해서 홧김에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시비가 붙었는데 숙박비 4만원까지 주지 않자 화가 나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다만 경찰은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하기엔 그 수법 등이 매우 잔혹한 점으로 미뤄 범행 동기에 대해 계속 보강 조사 중이다. A씨는 범행 과정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머물던 방을 열쇠로 열고 몰래 들어가 잠든 틈에 둔기로 살해한 뒤 모텔 내 방 안에 방치했다”고 말했다.
A씨는 전기자전거를 이용해 왕복 1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오가며 훼손된 시신을 여러 차례에 걸쳐 한강에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의 시신은 속속 발견되고 있다. 지난 12일 오전 9시15분쯤 경기도 고양시 한강 마곡철교 부근에서 피해자의 몸통 시신이 발견된 것을 시작으로, 지난 16일 오전 10시48분 시신의 오른팔 부위가 한강 행주대교 남단 500m 지점에서 검은 봉지에 담긴 채로 발견됐다.
이때부터 지문 채취를 통한 피해자의 신원이 확인되면서 A씨가 용의선상에 오르자 압박을 느끼고 자수했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17일 오전 10시45분쯤 한강 방화대교 남단에서는 시신 일부로 추정되는 머리 부위가 발견됐다.
한편 A씨는 경찰에 자수하기 직전 방송사에 전화를 걸어 자수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경찰에 긴급체포된 이후에도 언론과의 인터뷰를 원한다고 하기도 했다.
경찰은 A씨가 숙식을 하며 종업원으로 근무한 해당 모텔에서 범행 도구인 둔기와 흉기를 확보하고, 인근 폐쇄회로(CC)TV 등을 조사해 범행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잇따라 발견된 시신들의 유전자(DNA) 일치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나머지 시신을 확보하기 위한 수색 작업을 계속하는 한편, A씨가 버렸다고 주장한 피해자의 유류품을 찾고 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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