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집사’로 불렸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13일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는 이명박정부 때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배준현)는 김 전 기획관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방조 혐의에 대해 무죄로 선고했다. 국고손실 방조 혐의는 공소시효가 지나 면소로 각각 판단했다. 1심 판결을 유지한 것이다. 검찰의 항소는 기각했다.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2008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김성호·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준비한 총 4억원의 특활비를 건네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이 국정원장들에게 받은 특활비가 직무와 관련 있다거나 대가성 있는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뇌물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1심과 같은 결론이다.
검찰이 김백준 전 기획관에게 적용한 다른 혐의인 특가법상 국고손실 방조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봤다. 국고손실죄로 가중 처벌을 받으려면 ‘회계 관계 직원’이라는 신분이 인정돼야 한다. 김 전 기획관은 이런 신분에 해당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가중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김 전 기획관이 국정원의 자금을 보관하는 업무상의 지위에 있던 것도 아니므로, 업무상 횡령죄가 아닌 단순 횡령죄가 적용돼야 한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형량이 적은 단순 횡령죄를 적용할 경우 김 전 기획관의 범죄는 공소시효 7년이 적용된다. 이렇게 되면 2008∼2010년 저질러진 김 전 기획관의 횡령 범죄 혐의는 공소시효가 끝난 셈이 된다.
이와 별도로 재판부는 국정원장이 회계 관계 직원인지에 대해서도 판단을 내놨다. 이 부분은 국정원 특활비 상납과 관련된 사건을 맡은 하급심마다 판단이 엇갈리는 쟁점이다. 재판부는 “특정한 예산과 관련된 수입·지출 행위의 구체적·개별적 회계 사무를 하는 자로 (회계 관계 직원을) 해석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장까지 회계 관계 직원이라고 넓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김 전 기획관은 앞서 두 차례 선고기일에 불출석했다.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에 증인으로도 여러 차례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이날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나왔다. 김 전 기획관은 불출석 이유에 대해 “건강이 안 좋아서 멀리 가서 요양 좀 하고 오려고 했는데, 그게 잘 안 됐다”며 “시간이 걸렸다”고 답했다. 그는 선고가 끝난 뒤 소감이나 향후 이 전 대통령 재판에 출석할지 등을 묻는 취재진의 말에는 답변하지 않고 법원을 떠났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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