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대한(對韓) 외교가 1965년 수교 이후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한 일본 언론인이 아베 총리의 ‘소통 감각 부족’이 사태 악화의 한 원인이라 지적했다. 아베 총리 본인의 생각이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자기 성찰도 찾아보기 어려워 한국 정부에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야마다 다카오(山田孝男) 마이니치신문 특별편집위원은 12일 ‘한국에 닿는 말을 해야’라는 제목의 기명칼럼에서 ‘본인 생각과 느낌을 말하는 것이 상대와의 신뢰관계 구축에 매우 중요한데, 아베 총리의 화법에는 그 점이 결여돼있다’고 말했다.
현재 어려운 상황에 놓인 일본의 대한외교에서 부족한 것 중 하나가 ‘감각적인 요소’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야마다 위원은 이른바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I message) 방식으로 아베 총리가 표현하지 못한 대표적 사례로 지난 6일 히로시마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들었다.
당시 아베 총리는 히로시마 원폭 희생자 위령식에 참석한 뒤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할 의사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이에 아베 총리는 “가장 큰 문제는 국가 간의 약속을 지킬지 말지다. 신뢰의 문제다. 일한(한일)청구권협정 위반 행위를 한국이 일방적으로 하면서 국교 정상화의 기반이 된 국제조약을 깨고 있다. 한국에 적절한 대응을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공격적으로 답했다.
야마다 위원은 아베 총리의 이 같은 답변을 두고 ‘국제상식’을 근거로 한국을 비난하면서 설교를 한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어 “‘나는 이렇게 본다’는 식으로 자기 성찰이 담긴 화법을 구사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히로시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가 했으면 좋았을 답변을 적었다. “나는 한일청구권협정 제2조(청구권 문제의 완전·최종적 해결) 해석을 놓고 양국 간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또 양국 간 정치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한다. 하지만 한반도 출신 전 노동자(징용 피해자의 아베 정부식 표현) 소송의 한국대법원 판결을 이유로 일본에 배상을 요구하는 문재인 정부의 입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국제조약·협정을 주고받은 이상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본다”라는 식으로 말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출규제가 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인지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반론에도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는 요소가 결여돼있다고 야마다 위원은 평가했다. 그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나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이 ‘안보상 판단’이라고 사무적으로만 설명해 뭔가 숨기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비판했다.
야마다 위원은 앞선 스가 관방장관과 세코 경제산업상의 사무적 답변보다는 “2015년 합의된 위안부 합의를 문재인 정부가 백지화했다. 지난해 징용 배상을 인정한 판결도 있었다. 핵 비확산 등과 관련한 수출 통제를 둘러싼 한일 당국 대화는 2016년 이후 열리지 않았다. 나는 그 모든 것이 문제라고 보고 이번 수출 관리 대책을 강구했다”고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인들의 양식에 통하는 한일 신뢰 관계를 다시 쌓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다가갈 수 있는 말을 궁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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