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고교 축구팀 감독을 맡고 있는 정종선씨가 학부모들을 상습 성폭행한 의혹에 휩싸였다. 경찰은 피해자들의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 중이다.
정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학부모 3명이 8일 JTBC와 익명으로 인터뷰했다. 이들은 정씨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에도 피해 사실을 외부에 알릴 수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자녀의 입시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정씨가 두려웠다는 것이다.
한 학부모는 아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정씨의 연락에 학교로 갔다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했다. 그는 “순간 제압을 해서 순식간에 벌어졌다.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며 “전학을 가면 애를 매장해 버린다고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애를) 아무 데서도 못 받게 하고 프로도 못 가게 해버리겠다더라. 자식이 볼모로 있으니까…”라며 경찰에 신고할 수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다른 학부모도 “아이가 조금이라도 알까 봐 겁나고 두려웠다”며 “덜덜 떨리고 버틸 자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 학부모는 정씨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였는지에 대해 “교주” “신”으로 표현한 뒤 “저희가 애들 때문에 있는 것 아니냐. 어떤 일을 당했다고 해도 함부로 말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정씨는 학부모들로부터 지원받은 축구팀 운영비를 수년간 가로챈 혐의로 지난 2월부터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그가 횡령한 금액만 1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정씨가 성폭력도 저질렀다는 학부모들의 진술을 확보한 뒤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정씨는 1994년 6월 미국월드컵에서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로 활약했다. 이후 고교 축구부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했고, 한국고등학교축구연맹 회장도 맡고 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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