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국제정세의 불확실성과 도전 요소가 커졌다고 지적하며 인민의 단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최근 미·중 무역협상이 답보상태에 빠지고, 군사·외교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불안요소를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표면적으로 중국의 대미 강경노선이 두드러지는 상황과 맞물려 시 주석이 미국에 ‘마이웨이’를 선언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17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전날 네이멍구 당 위원회 및 자치 정부의 보고 자리에서 “국제 정세가 급변하고, 불안정과 불확실성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며 “국가 발전의 외부 환경 가운데 도전 요소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이어 “네이멍구는 중화민족 공동체 의식을 굳건히 하면서 각 민족과 인민을 당에 단결 시켜 조국의 변방을 함께 지켜나가야 한다”며 강조했다.
시 주석은 또 중국 문학 예술계 연합회 설립 70주년 축하 서한에서 “문학·예술계는 신시대중국특색사회주의 사상을 학습하고 민심을 단결시켜야 한다”며 “사회주의 문화 강국 건설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을 실현하기 위해 더 크게 기여해달라”고 당부했다.
시 주석은 지난달말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관세 ‘유예’를 얻어낸 뒤 부쩍 ‘당 중심의 단결’과 ‘중화민족의 부흥’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지난 1일 인민일보에 따르면 시 주석은 중국 공산당 건립 98주년을 기념해 치우스에 ‘초심을 잃지 말고 사명을 깊이 새기자’는 글을 보내 단결을 촉구했다.
그는 이 글에서 “중국 인민을 위해 행복을 추구하고 중화민족의 부흥을 도모하는 것은 중국 공산당의 초심이며 사명”이라며 “중국 공산당원들이 대를 이어가며 용감하게 싸우도록 하는 원동력”이라고 주장했다. 또 “전국의 여러 민족을 단결시키고 위대한 꿈의 실현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도 했다.
시 주석의 계속되는 ‘인민 단결’과 ‘중화민족의 부흥’ 언급은 최근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보여주는 중국의 태도 변화와 맞물려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오사카 미중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부과키로 했던 추가 관세를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히며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을 더 많이 구매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중국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1일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약속해놓고 지키지 않고 있다”고 압박해도 꿈쩍하지 않고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에도 “중국과의 무역협상 타결에 이르기까지 갈 길이 멀다. 원한다면 우리는 3250억달러(약 383조125억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 주석은 그 자신이 연방준비제도(Fed)”라며 중국 정부가 위안화 평가절하로 수출에서 이득을 보고 있다는 주장을 했다.
중국의 태도변화는 미·중 무역협상 대표단에 강경파로 알려진 중산 상무부장의 이름을 추가로 올린데서도 감지된다. 중 부장은 인민일보에 “미국은 먼저 무역분쟁을 도발했다. 이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자 전형적인 일방주의, 보호주의 행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6+1’ 방침을 내세웠다. 그는 “하나는 미·중 무역갈등을 잘 처리하는 것”이라며 “투쟁 정신을 최대한 발휘해 다자간 무역체제는 물론 나라와 국민의 이익을 확고하게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 부장은 이어 “여섯가지는 우선 순위에 있는 시책”이라며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추진 강화, 내수 확충, 11월 중국국제수입박람회 성공개최, 중국내 자유무역지대 개발 가속화 등을 꼽았다. 미국과 협상은 하겠지만 일방적으로 이끌려다니지 않고 중국 나름대로의 발전 정책을 흔들림없이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중 부장이 협상단 참여 첫 일성으로 ‘투쟁 정신’과 ‘국가이익 수호’를 내세우자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본격적으로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 정치평론가인 장리판은 “중 부장의 발언은 중국 인민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이 대미 협상에서 서두르지 않고 장기전에 들어갈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말했다. 그는 “중국이 2020년 미국 대선 이후 누가 당선될지 기다리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 같다”고 분석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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