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도심에서 발생한 외제차 경주 사고에 대해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2단독 정상규 판사는 지난 4일 도심 폭주족들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도로교통법위반(공동위험행위·사고후미조치) 등의 혐의로 징역 10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고 10일 밝혔다.
사고는 지난해 9월 25일 오전 8시 44분쯤 발생했다. 서울 동대문의 한 쇼핑몰에서 의류판매를 하며 알게 된 사이인 장모(25)씨와 김모(25)씨가 도심 한복판에서 내기 자동차 경주를 한 것. 차량은 벤츠와 머스탱이었다. 이들은 출발 전 “나는 사고 내고 갈 거야, 내면 말지 뭐” “신호 절대 안 지킬 거야”라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들은 강북구 수유사거리에서 삼양입구사거리 방면으로 주행하며 최고속도 60km/h 구간에서 177km/h까지 속도를 냈다. 또 신호를 지키지 않은 것은 물론, 중앙선을 침범하는 등의 난폭 운전을 했다.
그러나 굉음과 함께 시작된 고급 외제차의 속도 경쟁은 1분여 만에 사고로 끝이 났다. 앞서가던 머스탱 차량이 오토바이를 추월하기 위해 급하게 차선을 바꾸는 과정에서 중앙분리대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이어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은 채 바짝 뒤따르던 벤츠 차량은 머스탱 우측 부분을 들이받았고, 이에 충격을 받은 머스탱 차량은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며 인도를 급습했다. 이 사고로 당시 3차로를 주행 중이던 화물차 운전자 1명이 다치고, 주차된 오토바이와 자전거, 가로수와 가로등이 파손됐다.
사고를 낸 이들은 시동이 걸리지 않는 차량을 현장에 둔 채 도주했다. 경찰은 사고 당일 차량 번호를 조회해 출석 통보를 했고, 이들은 다음날 경찰에 자진 출석했다. 당시 사건 담당 경찰관은 “행위 자체가 구속영장을 신청할 정도의 사안은 아니었다”며 이들을 불구속 송치했고, 검찰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결은 실형이었다. 재판부는 “이들은 시내 도로에서 자동차 경주를 하기로 하고 과속·신호위반·중앙선 침범 등의 난폭운전을 하던 중 교통사고를 일으키고도 구호 조치 등을 취하지 않은 채 도주했다”며 “무분별한 행동으로 거리에 극도의 인명 살상 위험을 초래했고 구호 조치를 회피했다는 점에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장씨와 김씨 측은 선고 이튿날인 지난 5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송혜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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