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오는 8일 열린다. 야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들은 윤 후보자를 철저하게 검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벌써부터 ‘윤석열 청문회’가 아니라 ‘황교안 청문회’가 될 거라는 얘기가 나온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윤 후보자의 ‘악연’이 청문회에서 언급될 거라는 관측이다. 한국당 소속 법사위원들이 모두 검·경 수사 대상에 올랐다는 점도 눈여겨 봐야할 대목이다. “윤 후보자 검증보다 수사를 무마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석열 청문회’가 아니라 ‘황교안 청문회’ 되나
한국당은 청문회에서 윤모 전 용산세무서장의 뇌물수수 사건 관련 의혹을 집중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윤 전 세무서장 의혹의 골자는 2013년 뇌물 혐의로 수사를 받던 윤 전 서장이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되는 과정에 윤 후보자가 개입했다는 것이다. 윤 후보자가 윤 전 서장에게 검사 출신 변호사를 소개하는 등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한국당은 주장한다. 윤 전 서장은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의 친형이며 윤 국장은 윤 후보자의 최측근이다. 한국당은 이외에도 윤 후보자 배우자의 비상장 주식 투자 의혹, 윤 후보자 장모의 불기소 처분 의혹 등을 검증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문제는 한국당이 제기한 의혹들이 윤 후보자와 직접 관련이 없는 일이라는 점이다. 의혹 제기에 힘이 실리려면 윤 후보자가 의혹에 직접 연루된 정황이 나와야 하는데 현재 그런 상황은 아니다. 윤 전 서장 의혹의 경우 친동생인 윤대진 국장은 2013년 사건 당시 대검찰청 중수2과장으로 ‘잘 나가는’ 검사였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를 무마하려면 친동생 ‘빽’을 쓰지 돌고 돌아 친동생의 친한 형 ‘빽’을 쓰겠느냐”고 반문했다. 윤 후보자 측은 배우자의 비상장 주식 투자 의혹, 장모의 불기소 처분 의혹도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청문회가 아니라 ‘처가 청문회’가 될 판”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법사위는 윤 전 서장과 이모 변호사 등을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이들의 소재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윤 전 서장의 경우 ‘해외 출국설’도 돌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오히려 황 대표의 수사 외압 의혹이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문제는 더불어민주당이 적극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는 2013년 윤 후보자가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 수사팀장이었을 때 법무부 장관이었다. 윤 후보자는 당시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외압이 들어오는 것을 보며 기소도 제대로 못하겠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황교안 장관이 외압과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에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와 관련해 황 대표를 청문회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했으나 한국당 반대로 무산됐다. 그러나 이 문제를 청문회에서 짚고 넘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청문회’가 황 대표와 한국당에 대한 ‘정치 공세’의 장(場)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도둑과 경찰, 그리고 피해자까지 ‘난장판’ 청문회
한국당이 힘이 빠질 이유는 또 있다. 청문회에 나설 한국당 소속 국회 법사위원 7명은 모두 피고발인 신분이다. 검·경의 수사 대상이라는 얘기다. 면면을 살펴보면 여상규 법사위원장, 김도읍, 김진태, 이은재, 장제원, 주광덕, 정점식 위원이다. 이들은 지난 4월 국회에서 선거·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대상 안건)’ 지정을 둘러싸고 벌어진 몸싸움 사건 등에 연루돼 있다. ‘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다. 김진태 위원과 정점식 위원은 지난 4일 그리고 5일 각각 법사위에 투입됐는데 이들도 피고발인 신분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 야권 관계자는 “윤 후보자를 공격하자니 수사를 받는 입장에서 불안감이 느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야권 관계자는 “일부 위원들은 윤 후보자를 상대로 오히려 공세를 펼 수도 있다”며 “이후 수사가 본격화 될 때 ‘표적수사 피해자’ 프레임으로 정치적 이득을 보겠다는 생각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바른미래당 소속 일부 법사위원도 패스트트랙 사태와 관련한 피고발인 신분이다. 민주당은 송기헌, 백혜련, 표창원, 박주민, 이철희 위원 등 5명, 바른미래당은 오신환 위원 1명이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들은 국회선진화법 위반이 아닌, 대부분 폭행·특수상해 등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기소권을 쥐고 있는 검찰 수장의 청문회를 앞두고 법사위원 전체 18명 중 13명이 수사 선상에 오른 상황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개별 법사위원들이 후보자 검증보다는 위원 본인의 이해득실, 수사 상황 등을 따져 청문회에 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청문회장에는 사건의 피해자도 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는 지난 4월 25일 여상규 법사위원장 등 한국당 의원들에게 ‘감금’을 당한 적이 있다. 여 의원장 등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 참석을 막기 위해 채 의원을 그의 의원실에 6시간 동안 가둬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어떻게 이렇게 도둑과 경찰, 피해자까지 고루 갖춰 청문위원을 구성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국회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돌파구는 정책 검증… 검·경 수사권조정 등 검찰 개혁 입장은 변수
법조계에서는 정부의 검찰 개혁 방안에 대한 윤 후보자의 입장을 청문회의 관전 포인트로 꼽는다. 특히 검찰 내부 반발이 거센 검·경 수사권조정안에 대한 후보자 입장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윤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 제출한 서면질의답변서에서 “수사권조정 논의는 이미 입법과정에 있고, 최종 결정은 국민과 국회의 권한”이라며 “공직자로서 국회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형사 사법시스템은 국민의 권익과 직결돼 한 치의 시행착오가 있어서는 안 된다”며 “총장으로 취임하게 되면 전문성과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오로지 국민의 관점에서 충실한 의견을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지극히 원론적인 입장만 드러낸 것이다. 한 대검 관계자는 “윤 후보자는 구체적인 의견은 청문회장에서 밝히겠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윤 후보자의 개인 견해는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총장 후보자 신분으로 청문회에서 정부 방침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청문회장에서도 서면으로 답변한 것처럼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다만 이렇게 되면 검찰 내부의 반발이 예상된다. 일선 검사들은 수사 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수사 종결권을 부여하는 식의 수사권 조정안에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이 강하다. 문무일 검찰총장도 공개적으로 조정안에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윤 후보자가 정부의 조정안에 무조건 찬성한다고 말할 수도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윤 후보자는 지난달 24일 서울중앙지검 형사부 검사 10여 명과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조정안에 대한 내부 우려 의견을 수렴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야당이 정책 검증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는 시각도 있다. 한 야권 관계자는 “윤 후보자가 검찰 개혁 방안에 대한 입장 수위를 두고 고민을 하고 있을 수 있다”며 “무리한 의혹 제기를 하는 것보다 이 부분을 파고드는 편이 나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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