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닝썬 사태’ 등으로 유착 논란에 휩싸인 경찰이 비리 근절 종합 대책을 내놨다. 유착의 ‘온상’으로 지목된 서울 강남경찰서 직원들을 대폭 물갈이하고 강남권 경찰서를 전담하는 반부패 전담팀을 배치해 유착 비리를 근절하겠다는 게 골자다. 다만 경찰 자체적으로 내부 단속을 벌인다는 것이어서 이 같은 방안이 결국 ‘제 식구 감싸기’로 유야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경찰청은 4일 ‘유착 비리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경찰은 그간 버닝썬 사태를 계기로 유착 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청렴도 향상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책을 마련해왔다. 이번 대책은 2009년 ‘룸살롱 황제’ 이경백 사건 이후 10년 만에 경찰이 내놓은 고강도 쇄신책으로 볼 수 있다.
경찰은 우선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직원들로 강남권 반부패 전담팀을 만들어 상시적인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반부패 전담팀은 수사·감찰·풍속단속 3개 팀으로 구성되며 이들은 강남권에 상주하며 강남권 경찰관들의 비리를 감찰하게 된다.
경찰은 또 비위 발생이 잦은 경찰관서나 부서를 ‘특별 인사관리구역’으로 지정해 운영하기로 했다. 제1호 특별 인사관리구역은 강남서가 될 전망이다. 특별 인사관리구역으로 지정될 경우 ▲재직자 전출 ▲신규 전입자 선발 ▲순환 인사 확대 ▲사후 인사운영 관리·감독 등 조처가 이뤄진다.
특별 인사관리구역 지정은 최대 5년간 운영되며 필요에 따라 연장할 수 있다. 이 기간 심사를 거쳐 최소 30%, 최대 70%의 직원이 교체된다. 엄격한 심사로 비위 등에 연루된 부적격 경찰관을 걸러내겠다는 취지다.
신규 전입자도 인사위원회를 구성해 특별관리한다. 또 기존 인사위원회가 상급자들 중심이었다면 특별 인사관리구역 인사위원회는 현장 동료들이 참여할 수 있는 유형으로 구성할 계획이라고 경찰청 관계자는 전했다.
교체 대상자의 직급은 특별한 제한이 없으며 심사위원회에서 결정할 수 있다. 강남서에 대한 특별 인사관리구역 지정은 이번 하반기 인사 때 이뤄질 방침이다.

경찰은 수사·단속 요원에 대한 검증도 강화한다.
유착 비리 전력자는 수사나 단속 부서에 근무하지 못하도록 하고 유착 비위로 징계를 받으면 수사경과를 강제 해제할 방침이다. 또 풍속 단속 요원에 대한 적격심사 요건도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수사·단속 부서 소속 직원이 유착 가능성이 큰 업체에 근무하는 퇴직경찰관을 접촉할 경우 자진신고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전직 경찰관이 유흥업소 등과의 유착 고리로 역할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경찰은 수사와 단속 업무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무작위 사건 배당제를 도입하고 풍속사건 심의위원회를 설치한다.
사건배당 방식을 기존 순번제에서 무작위 방식으로 개선해 배당 초기부터 유착 관계가 개입할 여지를 차단하기로 했다.
또 중요사건은 팀장에게 배당해 팀장 중심 수사체제를 정립해 부실·축소 수사를 방지하기로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특정 민원인이 배당 순서를 미리 알고 사건을 접수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 임의로 사건을 배당하는 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이라며 “사건 특성과 규모 등을 고려해 팀을 지정하는 방식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청탁이나 오염된 첩보로 인한 수사를 막기 위해 첩보 생산자가 아닌 제삼자에게 사건을 배당하고 첩보 생산자에게 수사를 맡길 경우는 반드시 팀장을 주 수사관으로 지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풍속 업소 단속의 경우 단속대상 선정부터 사건 종결까지 감시체계가 강화된다.
풍속사건 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수사·감찰 등 관련 기능 합동심사를 거쳐 단속대상 업소를 선정하고 송치 전 부실·축소 수사가 있었는지 심사할 방침이다.
사건 처리에 대한 적정성 심사도 깐깐해진다. 경찰은 각 경찰서에 직무상 독자성을 지닌 수사심의관을 신설해 유착·부실수사를 가려내는 감시자 역할을 맡길 방침이다.
각 지방청 수사심의계에서는 풍속사건이 부적절하게 처리된 사건이 있는지 점검하고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을 경우 감사 기능에서 추가 점검에 나선다.
또 지방청에 경찰 사건심사 시민위원회를 신설해 사회적 이목이 쏠린 중요사건 수사에 대한 시민 검증이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아울러 경찰관서에 시민청문관을 배치해 청렴 교육과 홍보를 맡기고 내부 비리 신고 활성화를 위해 ‘대리신고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다만 경찰 대책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경찰이 자체적으로 벌이는 내부 단속이 제대로 되겠느냐는 것이다. 한 사정당국 관계자는 “감찰을 세게 벌인다고 하지만 결과는 ‘용두사미’일 것”이라며 “결국 ‘제 살 베기’가 될 감찰이 제대로 이뤄지겠느냐”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경찰의 가장 큰 약점은 같은 조직 구성원에게 약하다는 것”이라며 “전·현직 경찰들의 유착이 끈끈한 것 보면 모르겠느냐”고 지적했다.
실제 현직 경찰들이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던 전직 경찰에게 성접대를 받고 단속 정보를 흘려준 사실이 최근 드러나기도 했다. 이들은 서울 강남·목동 등지에서 성매매 업소 6곳을 운영해온 전직 경찰관 박모씨가 지명수배 중인 사실을 알고도 수년간 그를 검거하지 않고 비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박씨가 운영하는 성매매 업소에서 성접대도 받았다. 박씨 등을 보호하기 위해 경찰 서류도 멋대로 조작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다시 태어나겠다는 생각으로 조직 쇄신을 해야 한다”며 “유착 비리가 만연한 상황에서 수사권 조정이 돼 봤자 국민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강조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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