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4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사과와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석연찮은 해명으로 여론은 오히려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박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옥에서 열린 긴급기자회견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의혹과 해명, 박 회장의 해명에 대한 재반박을 정리했다.
박 회장이 탑승한 항공기에만 ‘따뜻한 기내식’ 정상 제공?
박 회장은 중국 칭다오 세브란스병원 착공식 참석을 위해 1일 오전 베이징행 항공편을 타고 중국으로 출국했다. 기내식 대란이 일어난 첫날이었는데도 박 회장이 탑승한 항공기에는 기내식이 정상적으로 실렸다. 단거리 노선의 상당수가 기내식이 실리지 않는 ‘노밀(No Meal)’ 상태로 운항했는데 박 회장이 탄 항공기에는 ‘핫 밀(Hot Meal)’이 실렸다는 데 여론은 공분했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제가 탄 항공편은 정상 서비스를 하고 다른 승객이 탄 항공편은 안 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이해해달라. 그날 기내식이 실린 항공편도 있고, 간편 기내식을 실은 항공편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자회견에 함께한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비행기 오퍼레이션이 10시와 12시 사이에 집중돼 일반적인 기내식 차질은 10시 이후에 발생한다. 1일 회장님은 10시 이전에 출발해 기내식으로 인한 지연이 전반적으로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규탄하기 위해 모인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는 ‘거짓 해명’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날 오전 10시 이전 출발 예정이었던 국제선 노선 다수가 출발지연 사태를 겪었다는 것이다. 오픈채팅방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오전 9시5분 출발 예정이던 중국 다롄행 OZ301편은 무려 5시간15분, 오전 9시 출발 예정이던 일본 도쿄행 OZ102편은 4시간39분이나 출발이 지연됐다. 아시아나항공 측이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다시 해명해야 할 대목이다.
“내일부터 노밀 없이 가겠다”…조만간 사태 수습?
박 회장은 “오늘(4일) 오후 5시 기준 ‘노밀’은 2편, ‘운행 지연’도 2편이었다. 내일부터 노밀 없이 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조만간 기내식 대란 사태가 수습하도록 하겠다는 자체 전망을 내 놓았다.
이에 대해서도 아시아나항공 직원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5일 운항 예정인 국제선 가운데 단거리 노선 일부는 4일 ‘노밀’이 사전결정 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 회장과 경영진은 ‘노밀’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장에서 승객들의 항의를 직접 듣고, ‘노밀’ 사태에 대해 사과하며, 식사 대신 기내 면세품을 살 수 있는 바우처(TCV)를 제공하고,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면세품 판매를 해야 하는 입장에 처한 승무원들은 “내일도 출근하는 게 두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게이트고메 생산시설이 완공돼 정상가동되기까지 앞으로 약 3개월 동안 기내식 대란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기존 기내식 업체에 1600억원 투자 강요, 사실 무근?
이번 기내식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을 짚다보면 아시아나항공이 15년 동안 안정적으로 기내식을 공급하던 LSG스카이셰프코리아와 계약을 해지하게 된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박 회장이 그룹 지배권 강화를 위해 LSG측에 1600억원 투자를 강요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계약을 끝내고, 1600억원을 투자한 업체와 신규 계약을 했다는 의혹이다. 박 회장이 기내식 대란을 자초한 것이라는 비판이 계속해서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LSG와는 지분율이 80대 20으로 아시아나항공이 불리한 조건이었기 때문에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할 수 있는 게이트고메와 계약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게이트고메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지주회사인 금호홀딩스가 발행한 16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한 중국 하이난그룹과 지분 60대 40 비율로 합작한 회사다.
아시아나항공이 LSG에 투자 강요 등 갑질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현재 조사 중에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박회장 해명의 진위 여부는 달라질 수 있다.
‘낙하산 논란’ 딸 세진씨 상무 입사, “예쁘게 봐 달라?”
박 회장은 사회경험이 전혀 없는 딸 세진씨의 상무 입사에 대해선 “예쁘게 봐 달라”고 부적절한 발언을 해 질타를 받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연대가 주최하는 박 회장 일가 규탄하는 집회가 오는 6일과 8일 열릴 예정인데도 박 회장이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 회장은 사회 경험이 없던 세진씨가 금호리조트에 상무로 입사한 것에 대해 “사회생활을 시키기 위해 (딸의 입사를) 염두에 두고 있었고, 지난 1일자로 선임하게 됐다. 그룹에 큰 위치에 두려는 것이 아니라 리조트라는, 우리 그룹으로 보면 중요도가 낮은 곳으로 보내 훈련을 하고, 사회공부, 경영공부를 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부연 설명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대기업 회장이 자사 임원에 대해 ‘사회공부를 하기 위해 경험하는 정도의 가벼운 자리’로 인식하는 것에 대해 어처구니가 없다는 비난 여론이 쏟아졌다. 회사를 자신의 소유로 여기는 전형적인 ‘재벌 갑질’의 유형이라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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