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뭔지 몰라도 이 ‘하모니’라는 작품이 나에게는 아마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다 하는 느낌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가보기로 했죠. 마지막을 잘 장식하자는 뜻에서 참여하고 있습니다.”
90여편의 뮤지컬에 출연한 67년차 베테랑 윤복희(72)는 24일 서울 강남구 640아트홀에서 진행된 뮤지컬 ‘하모니’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나오는 건 처음이다. 게다가 합창도 앙상블도 해야 한다. 머리에서 쥐가 나더라. 중간에 하차할까 고민도 했지만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했다.
2009년 개봉한 동명 영화를 각색한 뮤지컬 ‘하모니’는 교도소 안에서 여성 재소자들이 합창단을 꾸려 감동적인 무대를 만들어나가는 이야기다. 국내 뮤지컬 역사의 산증인인 윤복희가 지난해 초연에 이어 김문옥 역으로 합류해 단원들을 지휘한다.

윤복희는 “마지막 신을 소화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면서 “공연 1주일 전까지 엔딩을 어떻게 할 건지 안 나왔다.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이었는데, 그 마지막을 잘 받아들이고 장식하는 모습을 표현하기가 어렵더라. 그걸 (내가) 해냈다”고 웃었다.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창작 뮤지컬’을 표방한 ‘하모니’는 전문 배우뿐 아니라 아마추어 합창단이 함께 무대를 꾸민다. 8인조 하모니 밴드가 라이브를 들려주고, 후반부 클라이맥스 합장 장면에선 매 회 어린이합창단 한 팀과 성인합창단 두 팀이 참여한다.
“나는 조연”이라며 운을 뗀 윤복희는 “대본상에는 정혜(강효성)와 문옥이 메인이었는데 내가 연출자와 상의해서 역할을 분산시켰다. 주인공이 없도록 만들자고 했다. 그러니까 22명의 등장인물 모두가 중요해지는 거다.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큰일 난다”고 얘기했다.

“하모니가 가지고 있는 베이스가 있어요. 사랑이에요.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로 뭉치는 거죠. 받는 게 아니라 주는 것, 내 의견을 내기보다 상대의 의견을 들어주는 것, 하모니라는 게 그런 거예요. 바로 사랑이죠. 종교를 넘어선 가치 말이에요.”
윤복희는 창작 뮤지컬을 지켜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내가 출연한 90여편의 뮤지컬 가운데 70%가 창작이었다. 라이선스 작품의 경우 로얄티를 내고 출연료도 주고 대관료까지 내면 제작자에게 남는 게 없다. 그 정도로 고초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창작뿐이다. 우리 것을 만들어야 한다. 한데 창작은 스폰서가 나타나지 않는다. 최악의 연약한 상태에서 시작하게 되는 거다. 그렇기에 여러분의 관심과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오는 6월 1~10일 한전아트센터.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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