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가 2일 “주한미군 주둔은 필요하다”는 직접적인 표현으로 주한민군 논란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는 지난 30일(현지시간)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즈’ 기고문을 통해 “평화협정 체결 뒤에는 주한미군의 계속적인 한국 주둔을 정당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이에 대해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해야 한다는 게 문재인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임을 청와대가 분명히 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문정인 특보는 한편으로 대통령 특보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교수”라며 “정책방향을 설정하는 데 그런 정치적 상상력의 도움을 받기 위해 대통령 특보로 임명한 것이지 그 말에 얽매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주한미국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전에 대통령께서 국무회의 때 (그 필요성을) 확실하게 발언했고 언론 보도를 통해 충분히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 정부 입장은 주한미군이 중국과 일본 등 주요 강대국들의 군사적 긴장과 대치 속에서 중재자로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주한미군 주둔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과 관련해 이 관계자는 “종전선언은 그야말로 정치적 선언이고 평화협정은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라며 “남북이 종전선언을 올해 한다는 것은 전쟁을 끝내고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대립관계를 해소한다는 정치적 선언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평화협정 체결은 남북만의 문제가 아니고 북미만의 문제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중국의 역할이 상당히 크다. 그래서 3자, 4자란 표현이 나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정인 특보는 ‘포린 어페어즈’에 기고한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의 길’이란 제목의 글에서 “만약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은 어떻게 될 것인가”라고 자문하며 “협정 체결 뒤에는 주한미군의 계속적인 한국 주둔을 정당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한국의 보수진영은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를 강하게 반대할 것으로 예상돼 문재인 대통령은 중대한 정치적 딜레마에 직면할 것”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의 전제조건으로 주한미군의 감축이나 철수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문 특보의 발언에 대해 일단 미국 내에서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인식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을 반영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 27일 기자회견에서 평화협정 체결 후 미군의 한국 주둔 필요성에 대해 “우선 동맹국들과 논의하고, 북한과도 논의할 문제”라고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문 특보가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함으로써 북·미 회담을 꼬이게 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북한은 사실 겉으로는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해왔지만 속으로는 평화협정 후에도 계속 주둔하는 것을 극구 반대하지는 않는 입장도 내비쳤었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0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정상회담 때 “통일이 되더라도 주한미군의 역할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주한미군이 주변 4국의 군사적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인식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군을 둘러싸고 논란이 확대될 수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는 “주한미군 주둔은 필요하다”는 단정적인 표현으로 이슈화를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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