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는 가상화폐 시세를 반영하듯 입소문을 타고 퍼지는 투자자들의 소식도 시시각각 급변하고 있다. 인터넷에는 각종 게시판마다 ‘대박 가즈아~’와 ‘한강 가즈아~’를 외치는 이들의 글이 경쟁하듯 올라온다. 불안이 시장을 엄습했던 17일 하루 동안 ‘가상화폐 입소문’은 롤러코스터처럼 출렁였다.
이날 오전 온라인 공간에선 ‘비트코인 자살설’이 나돌았다. 서울 한강의 한 다리에서 투신자를 수색하는 사진과 함께 “비트코인에 투자했던 누군가가 몸을 던졌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소문은 메신저를 타고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결국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내용의 댓글이 쇄도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투신 사건이 벌어진 곳은 천호대교였다. 오전 9시17분쯤 천호대교에서 옷가지와 가방 등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뚝섬수난구조대와 한강경찰대가 출동했다. 오후에야 시신이 발견됐고, 조사 과정에서 유서도 나왔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유서에 비트코인의 ‘비’자도 없다. 가상화폐 투자와는 무관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 해프닝은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현재 놓여 있는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상상을 초월하는 시세 폭등에 앞 다퉈 뛰어들었고, 정부의 규제가 나오자 당국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시장은 폭락과 회복을 거듭하고 있다. 오늘 시세가 내일 어찌 될지 알 수 없고, 오후의 시장이 밤사이 어떻게 뒤바뀔지 예측조차 불가능한 환경에서 투자자들은 말 그대로 줄타기를 해야 한다. 확인되지 않은 자살설이 기정 사실처럼 급속도로 확산된 배경에는 이런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날 오후 들어서는 모바일 메신저를 타고 갑자기 ‘대박설’이 나돌았다. 2~3주 전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는 한 투자자의 뒷얘기였다. 회사와 갈등 상황이 생기자 미련 없이 사표를 내고 나갔는데, 알고 보니 지난 몇 년간 가상화폐 투자로 거액을 손에 쥔 터였다는 것이다. 수십억대 이득을 봤다는 사연과 가상화폐에 대한 그의 발언 등이 빠르게 회자됐다.
투자자들의 메신저 알림창에 ‘자살설’과 ‘대박설’이 번갈아 깜빡이는 동안 시장은 불안에 잠식당했다. ‘패닉 셀’(공포 심리에 따른 투매)이 이어지면서 확실한 이유도 없이 최고점(6일·2533만원) 대비 반토막이 났다. 비트코인 국제시세는 1만 달러 선이 위협받았다.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17일 오전 7시30분에 1247만7000원까지 떨어졌다. 전날 오전 7시 가격(1940만원)과 비교하면 하루 만에 30% 넘게 폭락했다. 이후 등락을 반복하다 오후 7시30분 기준 1260만5000원에 거래됐다. 전일보다 23% 낮은 수준이다. 리플, 이더리움 등 다른 가상화폐도 전날보다 25~30%씩 하락했다.
가상화폐 추락은 한국 시장만의 현상이 아니다.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서 이날 오전 비트코인 가격은 9969달러까지 떨어졌다. 미국 CNBC방송은 한국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언급을 내놓으면서 매도세가 몰렸다고 분석했다. 다만 반등에 성공해 오후 7시30분 기준 1만2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한때 50%까지 치솟았던 ‘김치 프리미엄’(한국에서 외국보다 비싸게 가상화폐가 거래되는 현상)은 10%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시장에선 불안 심리의 원인으로 한국과 중국 정부의 ‘규제 발걸음’을 첫손에 꼽는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옵션도 살아 있다”고 말한 데다 중국 정부는 개인 간의 거래(P2P) 등 가상화폐의 장외거래도 규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다 만기일이 다가오면서 시카고옵션거래소에서 비트코인 선물 가격이 20% 급락했다. 한때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다.
폭락장에 투자자들은 울상이다. 가상화폐 리플에 투자한 A씨(32)는 “새벽에 한숨도 못자고 차트만 봤다”며 “잠깐 잔 뒤 일어나 차트를 보니 눈물만 나오더라”고 했다. 여러 가상화폐에 투자한 B씨(30)는 “모든 가상화폐가 폭락하니 분산 투자 의미가 없는 것 같다”며 “이달에 받은 성과급을 모두 넣었는데 폭락했다. 안 받은 셈 치고 신규 투자자가 유입될 때까지 묻어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식시장에서 가상화폐 관련주도 일제히 내리막을 걸었다.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의 지분을 보유한 비덴트와 옴니텔 주가는 각각 17.01%, 12.92% 주저앉았다. 거래소 업비트의 지분을 가진 우리기술투자(-19.7%)도 떨어졌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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