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 '건강한 노인'의 증가로 '노인 스포츠'가 다양해져 게이트볼 업계에 위기가 찾아왔다고 NHK 방송이 10일 보도했다.
NHK는 지난 8일 발표된 정부의 ‘국가 체력·운동능력 조사’ 결과 이 조사가 시작된 1998년 이후 65세 이상 노인의 체력이 꾸준히 향상돼 왔다고 전했다. 특히 75세 이상 여성의 체력 증가가 돋보였다. 예를 들어 75세 이상 여성이 눈을 뜬 채 한쪽 발로 서 있을 수 있는 시간은 평균 58초로, 1998년보다 21초나 길어졌다.
노인의 체력이 좋아지면서 노인 스포츠 영역도 넓어졌다. 지바현의 다카무라 키미코(80)씨는 수영·달리기·사격 등 근대 3종 운동을 하고 있다. 그는 “가능하다면 95세까지 운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요코하마의 한 스포츠 클라이밍 체육관에서 손발을 이용해 날렵하게 인공 암벽을 타는 66세, 69세, 72세 노인들에게선 쇠약한 기운을 전혀 찾을 수 없다. 스포츠 클라이밍은 2020년 도쿄올림픽에 새로 추가된 종목이다. 체육관 관계자는 최근 노인의 참여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72세 남성은 “중학생 손자와도 가끔 함께 운동한다”며 “80세까지는 클라이밍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노인 체력 증진은 일본 게이트볼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건강한 노인들이 다양한 스포츠 활동을 하면서 비교적 체력소모가 덜해 노인 스포츠로 사랑받던 게이트볼을 멀리하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이대로는 게이트볼이 없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 목소리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해 한 스포츠 에이전시가 지난 1년간 어떤 스포츠 활동을 했는지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60~70대 응답자군에서 게이트볼은 2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또 전국의 게이트볼 단체 회원수는 1996년 56만7000여명에서 2016년 약 9만4000명으로 급감해 20년 만에 6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한때 아침 일찍부터 공원에서 게이트볼을 즐기는 노인을 일본 전역에서 볼 수 있던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이에 일본 게이트볼 연합은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섰다. 젊은 세대에게도 게이트볼을 적극 알리고 있다. 게이트볼은 전후 일본에서 어린이 스포츠로 만들어졌다. 1964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국민 스포츠’가 된 뒤 노인층에 폭발적으로 확산됐다.

세키구치 다카노리 게이트볼연합 사무처장은 “(게이트볼이) 노인 스포츠라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중학교나 고등학교 동아리에 공구를 대여하는 등 젊은 세대를 겨냥한 보급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세키구치 처장은 “도쿄올림픽에서도 게이트볼의 매력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해외 보급에도 힘을 쏟고 있다. 게이트볼을 아프리카에 확산시키기 위해 지난 7월에는 동아프리카 우간다의 청년들을 일본에 초청해 대회 견학 및 기술지도 등을 했다. 일본 게이트볼 연합은 “중국은 게이트볼 인구가 1000만명에 이르고 인도네시아도 앞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최대한 많은 국가에 게이트볼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