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일 중국 상하이 중심지에 위치한 600석 규모의 백옥란극장. 중국 상하이 문화광장 극장이 제작한 뮤지컬 ‘마이 버킷 리스트’의 막이 올라갔다. 동명 한국 창작뮤지컬의 라이선스를 구입해 중국 버전으로 선보인 것이다.
‘마이 버킷 리스트’는 종양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소년과 불행한 가정환경 때문에 자살을 꿈꾸는 반항아가 만나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들)를 실행하는 이야기다. 한국 제작사 라이브(주)가 2014년 첫선을 보인 이후 뮤지컬 팬들의 높은 지지를 받아 왔다. 사드 배치에 따른 한한령으로 양국 문화예술 교류가 위축된 상황에서 열리는 만큼 관심이 쏠린다.
사실 한국 뮤지컬이 중국에서 라이선스 버전으로 공연된 사례는 ‘마이 버킷 리스트’ 전에도 있었다. CJ E&M의 ‘김종욱 찾기’(2013)를 시작으로 라이브(주)의 ‘총각네 야채가게’(2014), 씨에이치수박의 ‘빨래’(2017)에 이어 네 번째다. 특히 지난 6월 ‘빨래’를 시작으로 ‘마이 버킷 리스트’ ‘빈센트 반 고흐'가 중국 버전으로 올여름 잇따라 공연되는 것이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큰 화제가 된 바 있다(2017년 5월 15일 국민일보 단독 보도)
‘마이 버킷 리스트’ 중국 버전은 지난해 10월 상하이에서 열린 ‘K뮤지컬 로드쇼’에서 페이위안홍 상하이 문화광장 예술감독이 쇼케이스를 본 것이 계기가 됐다. 페이위안홍 예술감독은 “죽음을 소재로 했지만 삶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하는 작품의 메시지가 중국 젊은이들에게도 잘 맞다고 생각했다”면서 “또 한국 제작사 라이브(주)가 우리에게 현지화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도 무대화의 중요한 요인이 됐다”고 밝혔다.
상하이 문화광장은 2011년 개관한 2000석 규모의 뮤지컬 중심 공연장으로 그동안 대관이나 공동주최 형태를 취해 왔다. 지난해 브로드웨이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콘서트 버전을 만들며 처음으로 제작에 뛰어들었다. 올해 ‘마이 버킷 리스트’는 두 번째 제작으로 전막 뮤지컬로는 사실상 처음이다. 앞으로 뮤지컬 제작에 적극 나설 예정인 상하이 문화광장으로서는 중요한 시기에 한국 작품을 선택한 셈이다. 자체 극장이 리노베이션 중인데다 한국 원작의 규모 자체가 크지 않은 만큼 백옥란극장을 대관했다. 20일까지 상하이 공연에 이어 24~27일 베이징 다인극장에서 공연된다.

페이위안홍 감독은 “최근 한중 관계 때문에 ‘마이 버킷 리스트’ 공연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면서 “굳이 민감한 콘텐츠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극장의 선택을 지지하는 쪽이 더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에서 뮤지컬 분야 전문 스태프들이 투입돼 만든 이번 작품에 대해 관객 반응도 뜨겁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뮤지컬 전문 연출가 마다가 각색과 연출을 맡은 ‘마이 버킷 리스트’는 한국 버전보다 훨씬 밝고 경쾌해진 것이 특징이다. 공연 러닝타임이 한국 버전보다 10여분 증가한 것도 각색 과정에서 중국 젊은이들에게 호소하는 대사들이 새롭게 추가됐기 때문이다. 덕분에 한국 버전보다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리는 횟수가 훨씬 많다.
반면 무대는 미니멀한 한국 버전보다 훨씬 입체적이다. 주인공의 삶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형 시계들과 버킷리스트를 쓴 대형 종이들이 걸려있어서 작품의 메시지를 강하게 드러낸다. 여기에 장난감 기차와 드론 등 아기자기한 소품을 사용해 재미를 준다. 2인극인 이 작품의 출연진은 아윈까-장쯔, 덩후이-위쇼린 조가 번갈아가며 선다. 네 배우 모두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뮤지컬계에서 주역급으로 활동하고 있다.
마다 연출가는 “중국 버전으로 바꾸면서 두 주인공의 이름을 중국식으로 바꾸고 현재 젊은 층이 공감할만한 개그와 풍자를 많이 추가했다”면서 “또 소극장에서 공연된 한국 원작과 달리 중국에선 중극장으로 규모가 커진 만큼 무대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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