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사’ 금기를 넘은 파격? 욕망과 현실의 잔혹함 [리뷰]

Է:2016-12-23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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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멘트픽쳐스 제공

질투란 어쩌면 가장 보편적인 감정이다. 세 살배기 아이도 샘을 낼 줄 아니까. 나이를 먹을수록 그 감정은 다양한 갈래로 진화한다. 불평등한 사회에 살면서 느끼게 되는 피해의식이나 열등감이 그것이다. 영화 ‘여교사’는 질투에 무릎 꿇은 인간의 나약함을 적나라하게 들춰낸다.

언론시사회를 통해 먼저 만난 ‘여교사’는 예상대로 파격적이었다. 교사와 제자의 사랑. 암묵적 금기를 건드린 영화는 이를 통해 진짜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꺼냈다. 부당한 계급사회가 개인에게 가하는 냉혹한 폭력에 관해서.

계약직 여교사 효주(김하늘)는 자신의 차례라 믿었던 정교사 자리를 이사장 딸 혜영(유인영)에게 빼앗긴다. 언제나 ‘을’의 입장에서 아등바등 살아온 효주는 날 때부터 ‘갑’이었던 혜영이 영 못마땅하다. 심지어 같은 학교 후배였다며 말끝마다 자신을 ‘선배님’이라 부르는 그에게 더욱 화가 치민다.


효주가 임시 담임을 떠맡게 된 반에는 무용 특기생 재하(이원근)가 있다. 매일 밤늦게까지 체육관에서 무용 연습을 하는 재하에게 괜스레 관심이 간다. 그러던 어느 날 마주한 충격적인 광경. 혜영과 재하가 체육관 구석 창고에서 맨몸으로 뒤엉켜있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효주는 순간 움찔했지만, 혜영을 이길 수 있는 패를 쥐었다는 생각에 이내 평온을 되찾는다.

이를 이용해 효주는 혜영의 심리를 압박한다.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완벽한 혜영이 가진 수많은 것들 중 단 하나, 재하를 빼앗기로 한다. 10년을 사귀고도 버림 받은 전 애인에게 그랬듯 효주는 헌신적으로 재하 뒷바라지를 한다. 둘의 관계는 서서히 깊어진다. 효주가 기어코 원하는 걸 얻었다고 생각한 순간, 애석하게도 잔인한 현실이 다시 고개를 든다.

영화는 평범한 인간이 파국으로 치닫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우리 삶의 잔혹함을 돌아본다. 생기를 잃은 채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을 버텨내는 효주의 모습은 세상물정 모르고 해맑기 만한 혜영과 대비돼 보는 이를 더욱 무겁게 짓누른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금수저’를 따라가지 못하는 ‘흙수저’의 절규. 같은 일을 하면서도 정규직에 비해 하대를 받고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하는 비정규직의 비애. 우리가 사는 세상은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닌가.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명제는 이미 허울뿐인 외침으로 흩어져 버리지 않았나.

‘얼어붙은 땅’(2010)을 통해 국내 최연소로 칸영화제에 진출한 김태용 감독은 열등감에 휩싸였다 결국 폭주해 버리는 인간의 심리를 차분하게 들여다본다. 전작 ‘거인’(2014)에서 보여준 섬세한 연출력은 변함이 없었다. 후반부 ‘이렇게까지 해야 했나’ 싶은 지점이 눈에 띄긴 하나 전체적인 흐름은 침착하다.

출연하기까지 적잖은 용기를 내야 했을 배우들도 제 몫을 해줬다. 특히 ‘멜로퀸’으로 익숙한 김하늘은 이제껏 본 적 없는 얼굴을 드러냈다. 시종일관 안정을 유지해준 그 덕분에 이 위태로운 이야기는 흔들리지 않았다. 유인영은 맑은 악녀 캐릭터를 무리 없이 소화했다. 이들 둘 사이를 헤집어놓는 이원근의 오묘한 매력은 꽤나 긴 여운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성년과 미성년의 사랑이라는 소재는 명백히 논란의 소지가 있다. 영화를 보면서도 불편한 순간이 적지 않다. 교내에서 선생과 제자가 관계를 맺는 신이나 새파랗게 어린 학생이 선생에게 “제가 애인 해드릴까요”라고 제안하는 장면 등은 아슬아슬하기 그지없다.

김태용 감독은 “영화는 영화다. 우려와 고민이 있었지만 (지금껏 발표된) 일련의 치정극이나 살인 소재 영화의 수위를 고려했을 때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 본성에 대한 다양한 열매가 있는 작품이다. 심리적으로 공감하는 재미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 ‘문제작’을 놓고 관객들은 어떤 평가를 내릴지 두고 볼 일이다. 내년 1월 4일 개봉. 96분. 청소년관람불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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