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벌어진 ‘나홀로’ 장애인 화재 사고…복지 사각 있던 장애인 지하방서 숨져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장애인이 또 화재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8일 오전 6시 37분쯤 서울 송파구 마천로의 한 다가구 주택 지하 1층에서 불이 나 장애인 박모(51)씨가 질식사했다. 불은 가재도구 등을 태워 소방서 추산 100만원의 재산피해를 내고 9분 만에 꺼졌다. 소방대원이 도착했을 당시 박씨는 바닥에 누운 채로 이미 숨져 있었고 불이 난 방 출입구 근처에는 담배꽁초가 여러 개 발견됐다. 경찰은 주변 이웃들이 “박씨가 평소 혼자 술을 자주 마셨다”고 진술한 점 등에 비춰 박씨가 술에 취해 담뱃불로 인한 불을 피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 등을 조사 중이다.

숨진 박씨는 지난 1991년 9월 기계 사고로 오른쪽 팔이 절단된 후 가족 없이 홀로 살고 있었다. 무대기술자였던 박씨는 사고 이후 일을 할 수 없게 됐고 2002년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돼 최근까지 매달 71만원의 급여를 받아 생계를 유지해왔다. 박씨는 장애등급2급이어서 활동보조를 받을 수 있었지만 1996년 이후 장애재진단을 받지 않아 보조인을 따로 지정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 장애인복지관 자원봉사자가 박씨 집을 정기 방문했지만 이 역시 예산 문제로 3년 전부터는 끊겼다.

박씨는 지난 9월에도 술에 취해 담배를 피우다 담뱃불이 장판, 옷가지 등에 옮겨 붙은 일이 있었지만 당시에는 이웃 주밀들이 금방 신고해 큰 피해는 면했다.

이처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나홀로 장애인이 화재로 사망한 일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에도 서울 관악구 한 주택에서 뇌병변장애 4급 서모(55)씨가 월세 방에서 난 화재로 세상을 떠났고, 4월에는 성동구 한 주택에서 송모(53)씨가 화재로 숨졌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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